아기 건강 위협하는 '뽀뽀'...전문가 경고 이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관용적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아기들은 사랑과 기쁨의 존재다. 그리고 그 애정의 표현으로 많은 사람이 무심코 얼굴에 뽀뽀를 하거나 볼을 만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기, 특히 갓 태어난 신생아의 얼굴에 입을 맞추는 행위는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생물학자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2023년 영국 자선단체인 '자장가 트러스트'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무려 54%에 달하는 부모가 심각한 감염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족이나 친구가 신생아에 뽀뽀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레스터대 임상미생물학자인 프림로스 프리스톤 박사는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아기에게 뽀뽀하는 것은 애정의 표시지만 건강상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심각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태어난 지 3개월 이내의 아기는 호중구와 단핵구 등 감염에 대항하는 면역세포의 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성인이나 성장한 아동에게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감염이라도 아기에게는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아기의 눈·입·피부에 영향을 미칠 뿐이라면 항바이러스 치료로 대부분 회복되지만, 만일 바이러스가 전신에 퍼져 장기에 영향을 미치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아기가 어릴수록, 특히 생후 4주 동안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기는 성인이나 아동보다 감염성 박테리아에도 취약하다. 특히 B군 용혈성 연쇄상구균(GBS) 등 세포 내 병원균에 감염되기 쉽다. 이러한 박테리아는 대부분 숙주의 소화관이나 성기에 정착해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아기가 감염되면 패혈증·폐렴·수막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아기는 어른에게는 해가 없는 종류의 대장균에도 감염되기 쉽고, 감염되면 폐렴·뇌수막염·패혈증이 발병해 위중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의 이유를 근거로 프리스톤 박사는 "어린 아기를 가진 부모는 타인이 자녀에게 입을 맞추거나 만지지 않도록 요청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기의 건강을 정말로 바란다면 아기를 만나러 온 사람도 이러한 부탁을 불쾌하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 아기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꼭 아기에게 뽀뽀하고 싶다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선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그리고 아기 입이나 얼굴에 뽀뽀하는 대신 발이나 뒤통수에 하는 편이 좋다. 만약 자신이 감염병이 있다면 특히 생후 1개월 미만의 신생아를 만날 필요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