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몰락'...퀄컴 인수 철회에 보조금 삭감까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는 인텔 인수에 관심을 보인 퀄컴이 인수 계획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쟁사 퀄컴의 인텔 인수 추진이 물 건너가면서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은 지금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인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하락했다.
◆ 퀄컴, 인텔 인수 관심 식어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퀄컴이 인텔 인수 과정에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여럿 얽혀있어, 현시점에선 추진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16억 1천만 달러(약 2조 24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부침을 겪어왔다. 대규모 프로젝트 중단과 사업 매각을 통해 설비투자 등 쇄신 방침을 밝히는 한편, 자금 조달을 위해 수천 명 규모의 인원 감축을 재차 추진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말 비용 절감을 이유로 회사 직원을 13만1900명에서 12만4800명으로 감축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및 PC용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 인텔의 수익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전체 매출이 2022년 20% 감소한 데 이어 2023년 14% 더 감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PC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인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 선언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인텔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9월에 나왔다. 인텔 인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인수전으로 알려지며, 미국 반도체 업계의 재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 인텔, 인수 실패로 위기감 고조...정부 자금 지원도 축소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인수와 관련된 여러 복잡한 문제로 퀄컴은 인텔 인수 계획을 중단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텔은 500억달러(69조 85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고 수많은 재무와 규제, 운영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게다가 양사에 있어 중요 시장인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퀄컴의 인텔 인수가 독점 금지법 단속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11월 중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퀄컴은 2029년도까지 노트북과 자동차 등 스마트폰을 제외한 제품군에서 220억달러(약 30조 원)의 추가 매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대형 인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또 팻 겔싱어 인텔 CEO는 11월 초 인터뷰에서 "저는 인텔이라는 회사를 존속시킬 것이며 이를 위한 계획은 이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쏟을 막대한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드웨어 관련 뉴스 사이트인 톰스 하드웨어는 "업계 트렌드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인텔과 퀄컴의 제휴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 등 5G 디바이스용 프로세서 등을 제조하고 있지만 PC용 분야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에 반해, 인텔은 PC용 CPU의 최대 공급업체지만 5G 디바이스용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퀄컴이 인텔 전체가 아닌 개별 사업 부문을 고려하거나 이후에 다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 보도 직후,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반도체 제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인텔에 79억 달러(약 11조 400억 원)의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법 일환으로 지급한 직접 보조금 중 최대 규모지만, 당초 인텔에 지급하기로 예비 합의한 85억 달러(약 11조 9,000억 원)에서 축소된 금액이다.
언계 관계자들은 미 정부의 인텔에 대한 이번 감액 결정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지연과 점유율 축소 등 현재의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