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통해 비타민·요오드 등 영양 흡수 가능해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이 공기에서 직접 비타민과 요오드 등의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캐슬대 플라비아 파이에 무어(Flávia Fayet-Moore) 박사 연구팀은 "인간은 식사뿐만 아니라 공기에서도 영양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뉴트리션(Advances in Nutri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약 9000리터, 평생 무려 4억 8300만 리터의 공기를 흡입한다. 공기에 포함된 성분은 비록 저농도이지만 조금씩 인체에 축적된다.
공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기존 연구 대부분은 오염물질을 다루고 있으며, '공기 중 무엇이 유익한가'가 아닌 '공기 중 무엇이 유해하고 필터링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어 교수는 "가령 산소는 기본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몸이 필요로 하는 화학물질로, 엄밀히 말하면 영양소에 속한다"며 인체는 다른 영양소도 공기로부터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호흡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를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와 구별하기 위해 '공기 영양소(aeronutrients)'라고 정의했다. 공기 영양소는 코, 폐· 후각상피, 중인두에 있는 혈관 네트워크를 통해 흡수되어 체내로 들어간다. 폐는 장보다 260배나 큰 분자를 흡수할 수 있고, 이 분자들은 그대로 혈류를 타고 체내로 운반된다.
사실 사람의 몸이 공기 중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아이디어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1960년대 '공기 중의 요오드에 노출된 세탁 노동자는 혈액이나 소변의 요오드 농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2011년 연구에서는 '해조가 많은 연안부에 사는 아이들은 내륙부나 해조가 적은 연안부에 사는 아이들과 비교해, 식사 내용이 동일해도 소변 내 요오드 농도가 높아, 요오드 결핍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해초가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요오드가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서 요오드 결핍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호흡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는 요오드뿐만 아니라 망간, 아연, 콜린, 비타민C, 칼슘, 마그네슘, 철, 아미노산 등도 포함된다. 이미 1950년대 에어로졸화된 비타민 B12를 흡입해 비타민 B12 결핍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무어 박사는 "잠재적인 공기 영양소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투여량·안전성·식생활 기여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행기·병원·잠수함·우주정거장처럼 공기가 고도로 여과된 곳에서 특히 중요하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더불어 앞으로는 자연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호흡하고 공기 중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