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아이폰 이어 구글폰도 금지령...애플은 투자 제안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인도네시아는 애플 아이폰 16에 이어 구글 스마트폰 픽셀의 판매를 금지했다. '자국산 부품 조달률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 인니, "애플·구글, 자국산부품 40% 규정 미준수"
인도네시아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부품의 40%를 인도네시아에서 조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10월 애플이 이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아이폰 16의 판매를 금지하고 애플에 대해 의무 이행을 요구했다.
해당 규칙에서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특정 상품에서 제조사는 상품별로 산출된 국내부품수준증명서(TKDN)를 충족하도록 제조·개발·현지 기술 혁신에 투자를 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가령 삼성과 샤오미는 현지에 제조 시설을 설립해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네시아산 부품을 사용하는 대신 연구개발 시설을 설립하는 등 1조 7100억루피아(약 1천5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투자액은 1조 5천억루피아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40% 자국산 부품 규칙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인도네시아는 1일(현지시간) 구글 픽셀 판매도 금지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구글 픽셀은 2만2천대 정도다.
페브리 헨드리 안토니 아리에프 인도네시아 산업부 대변인은 "구글은 현지 국내부품수준증명서 인증을 취득하지 않는 한 판매를 재개할 수 없다. 현지 규칙과 관련 정책은 부가가치 창조와 산업구조 심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의 인도네시아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명의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전체 인구 과반이 44세 미만으로 기술 친화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인구보다 많은 약 3억5천만대의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어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는 중국 오포, 2위는 한국 삼성전자다.
◆ 퇴짜 결정에...애플 '1천만 달러' 투자 결정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애플이 인도네시아의 아이폰 16 판매 금지령을 풀기 위해 약 1000만달러(약140억원)의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자카르타 남동쪽 반둥 공장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공급업체와 협력해 애플 단말의 액세서리와 부품을 생산을 제안했다.
다만 해당 투자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산업부는 애플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 정부가 자국 제조업 강화를 위해 외국 기업을 압박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공장이 없는 애플이 이번 투자 결정을 통해 현지 생산 부품 비중과 시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에도 인도네시아는 숏폼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쇼핑몰' 틱톡숍'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인도네시아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인 토코피디아와 합작 형식으로 15억달러를 투자해 사업을 재개했다.
애플의 추가 투자 결정을 인도네시아는 반기겠지만, 이러한 압박이 여타 기업의 투자 저해 요소가 될 위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외 기업의 탈중국 행보를 기회로 여기고 있지만, 강제적인 요구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