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 더 효과적으로 하려면?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자동차는 정차 상태에서 발진할 때 많은 연료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 장려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체도 안정 상태에서 운동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걷는 경우, 계속 걷는 것보다 멈추면서 걷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국립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됐다.
걷기는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간단한 운동 형태다.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Alert)'에 따르면 일본 만보기 제조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하루 만보 걷기' 목표는 당초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걸음의 수와 건강의 연관성은 그동안 많은 과학적 연구의 주제가 되어 왔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로는 ▲하루 2000~4000보로도 효과가 있다 ▲하루 7000보로 충분하다 ▲역시 하루 만보는 의미가 있었다 ▲더 많이 걸을수록 건강상 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밀라노대 프란체스코 루치아노 연구팀에 따르면 걷기와 소비에너지에 관한 기존 연구의 상당수는 대사가 '정상 상태'에서 운동하는 사람의 데이터에만 기초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상 상태란 심박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몸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잡혀 있는 상태를 말하며, 흔히 순항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 차에 비유된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동물 보행은 걸음 수가 너무 적어 정상 상태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운동의 정지와 재개를 반복한 경우와 계속 운동한 경우의 대사 차이에 주목한 연구팀은 남녀 5명씩 총 10명을 대상으로 걷기와 계단 오르기 등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해 운동 지속 시간에 따른 대사 비용의 차이를 분석했다.
실험은 3가지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으며, 운동 시간은 10초에서 240초, 즉 4분까지 5단계로 나누어 실시했다. 특히 4분간 보행에서는 보행 중 4회에 걸쳐 산소섭취량이 측정되어 정상 상태 보행의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장시간 운동보다 단시간 운동이 시간 평균 산소섭취량과 대사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 일정한 운동을 장시간 하는 것보다 정지와 재개를 여러 번 반복하는 편이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10~30초씩 짧은 간격으로 보행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편이 같은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량 지표인 산소섭취량이 20%에서 최대 6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대해 루치아노 교수는 "보행을 시작한 그 순간 '고정 비용'이 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자동차가 시동을 걸 때 더 많은 연료를 쓰는 것처럼 사람도 안정 상태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는 보행 시작 후 10초를 걷느냐 30초를 걷느냐에 관계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10명의 건강한 참가자라는 소규모 샘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소개한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번 연구는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사람이나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신체 활동을 하는 '틈새 운동(exercise snacking)'의 효과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