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핵심 희토류 통제…'자원 무기화' 격화

2024-10-29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과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희귀금속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희토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에 대한 강력한 통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중국, 미중갈등 속 '희토류 갑질' 나서  

뉴욕타임스(NYT) 2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희토류 주요 산출국인 중국은 지난 10월 1일부터 '희토류 관리 조례'를 시행했다. 

이는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 등 독특한 화학·전기적 특성을 갖는 17종의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에 대해, 수출업자가 서방 공급망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추적해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중국 정부가 어떤 해외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입수하는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中 희토류 관리 조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중국 중앙정부 공식 웹사이트(www.gov.cn)

이와 함께 희토류 채굴·생산 기업에 대한 소유권 확대에 나서, 외국인 소유로 남은 중국 내 마지막 희토류 정제 공장 2곳을 국유 기업이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는 9월 15일부터 합금·반도체·태양전지·군용 폭발물 등에서 사용되는 안티몬의 수출 제한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반도체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섰다. 

희토류 채굴과 정제를 국가기밀로 규정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9월에는 중국국가안전부가 희토류 업계 인사 2명 대해 '외국인에게 기밀정보를 누설했다'며 징역 11년을 선고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규제 움직임에 미국 정부는 "중국은 주요 광물의 가공과 정제 시장을 독점하고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파트너를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어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 희귀 광물 쟁탈전 위기감 고조   

NYT는 "원자재는 AI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갈등의 전쟁터"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희토류는 F-35 스텔스 전투기, 풍력 터빈, 전기자동차 모터, 카메라렌즈, 가솔린차 촉매 컨버터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 확대 속에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이 장악한 핵심 희토류 중 하나가 1파운드(약 450g)당 1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 디스프로슘이다. 디스프로슘은 주로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강력자석의 첨가제로 사용됐는데, 최근 첨단 반도체 콘덴서에 초고순도 디스프로슘이 들어가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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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제 공장은 세계 디스프로슘의 99.9%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상하이 근교에 있는 장쑤성 우시 단일 정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정제 공장은 캐나다 업체인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네오)가 오랫동안 소유해 왔으나, 최근 올해 말까지 정제 공장 지분의 86%를 중국 기업인 성허자원(Shenghe Resources)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허자원의 최대주주는 중국 자연자원부로, 사실상의 국유화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벨기에·호주·미국 등 일부 기업이 디스프로슘 정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상업적으로 채산이 좋은 순도의 디스프로슘 광산은 중국과 미얀마 이외에 거의 없고, 중국과 생산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희토류 정제 공장은 가동까지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AI 반도체에 필요한 초고순도 디스프로슘 제조는 상당히 까다롭다.  

또 중국에서는 희토류 산업의 엔지니어와 연구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만 39곳에 달하고 저비용으로 많은 희토류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화학품 제조·판매 회사인 아메리칸 엘레멘츠(American Elements)의 마이클 실버 CEO는 "중국의 정제소는 외국 기업보다 한 세대 앞선 용매 추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