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오해'...MSG가 해롭다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요리에 감칠맛을 추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미료는 다양한 레시피에 사용되지만 유해성 우려도 꾸준히 있었다.
'실제로 감칠맛 조미료가 건강에 해로울까'라는 의문에 대해 에반젤린 만초리스 남호주대 영양학·식품과학프로그램 디렉터가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설명했다.
원래 감칠맛 조미료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MSG)을 사용한 화학 조미료를 말한다. 글루탐산나트륨 자체는 숙성된 치즈·생선·소고기·버섯·토마토·양파·마늘 등의 식품에도 포함돼 '감칠맛'으로 알려진 풍미를 낸다.
감칠맛 조미료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식품 양념에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시마 등 해초에서 추출되었지만, 현재는 사탕무·사탕수수·당밀 등으로 전분을 발효시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계 식품에 포함된 글루탐산나트륨과 감칠맛 조미료 사이에는 화학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감칠맛 조미료가 몸에 나쁘다면 치즈·생선·고기·야채 등 글루탐산나트륨을 포함한 식품 역시 어느 정도는 몸에 나쁘다는 의미다.
미국·EU·호주 등 각국 식품규제기관은 감칠맛 조미료를 궁극적으로 안전한 첨가물로 인정하고 있으며, 유엔 전문가와 미국 실험생물학회 연합이 진행한 안전성 검토에서도 글루탐산나트륨은 일반인에게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럽식품안전기관은 2017년 두통과 혈압상승 예방을 목적으로 감칠맛 조미료의 권장섭취량을 정했는데, 그 상한은 일반인의 섭취량을 웃돌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체중 80kg인 사람은 하루 평균 2.4g 이상의 감칠맛 조미료를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지만, 유럽인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0.3~1g, 아시아인도 1.2~1.7g 정도다.
그럼에도 '감칠맛 조미료는 몸에 해롭다'는 생각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 발단은 1968년 의학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소개된 허위 편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식당 증후군(CRS:Chinese-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제목의 몇 문단 길이의 편지를 쓴 한 의사는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두근거림·몸의 마비, 피로감을 느꼈다며, 그 원인이 요리에 사용된 감칠맛 조미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뉴욕타임스도 '중국식당 증후군'을 주제로 후속 기사를 내면서 감칠맛 조미료가 몸에 나쁘다는 풍조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감칠맛 조미료를 섭취한 그룹과 위약을 투여한 그룹의 비교시험에서 그룹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 후 이어진 수많은 연구에서도 MSG가 위험하다는 어떤 객관적 징후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질이 그렇듯 극히 일부 사람들은 실제로 감칠맛 조미료에 과민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의학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글루탐산나트륨 증상 복합체'로 알려져 있는데, 거의 모든 증상이 경미하고 치료조차 필요 없었다.
100명의 천식 환자를 조사한 1999년 연구에서는 사전 조사 단계에서 30명이 본인을 '감칠맛 조미료 과민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 참여자에게 내용물을 알리지 않고 감칠맛 조미료를 섭취하도록 한 결과 아무도 증상을 보고하지 않았다. 즉, '감칠맛 조미료 섭취'를 인식하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감칠맛 조미료에 포함된 나트륨은 정제 소금의 약 3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소금 대신 사용하면 전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서는 소금이 아닌 감칠맛 조미료로 맛을 낸 국을 먹은 사람은 짠맛을 느꼈지만, 실제 나트륨 섭취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초리스 디렉터는 "과민증이 있는 극히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감칠맛 조미료로 요리의 풍미를 더해도 건강상 문제가 없다. 오히려 소금의 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고기나 치즈 등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채식주의자나 비건이라면 감칠맛 조미료로 요리의 감칠맛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