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해구의 미스터리한 소리...정체는?

2024-09-2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14년 북서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에서 실시한 음향 조사에서 수집된 정체불명의 소리는 약 10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최근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팀이 AI를 이용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스(Frontier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지구의 바닥'이라고도 불리는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 1만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로 알려져 있으며, 해수면 기준으로 뒤집으면 높이만으로 성층권에 도달한다. 

진입이 매우 어려움에도 지금까지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지난 2014년 마리아나 해구의 음향 조사를 진행했을 때 '바이오트왕(Biotwang)'으로 불리는 의문의 소리가 검출되었다. 

아래가 검출된 실제 소리다. 

당초 과학자들은 소리의 정체를 특정하지 못했고 2016년 대왕고래나 혹등고래 등 대형 고래의 울음소리일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검출된 음성은 고래 울음소리와 일치하지 않아 확인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이에 NOAA 해양학자인 앤 앨런(Ann N. Allen) 박사 연구팀은 이 소리를 스펙트로그램(Spectrogram)으로 변환하고, 20만 시간 이상의 음성을 바탕으로 훈련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했다. 이와 함께 마리아나 제도와 주변 전체의 감시 스테이션에서 수집된 음성 데이터와 의문의 소리를 비교해 출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염고래과에 속하는 '브라이드고래'(학명 Balaenoptera brydei)의 소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라이드고래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pl.com

연구팀에 따르면 마리아나 제도 부근을 헤엄치는 브라이드고래 10마리를 조사했더니 그중 9마리가 바이오트왕과 일치하는 독특한 소리를 냈다. 연구팀 조사에서는 브라이드고래는 수온 20℃ 이상의 전세계 바다에 분포하지만, 이 독특한 울음소리는 북서태평양에서만 수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연구팀은 바이오트왕이 마리아나 해구 부근에 서식하는 특정 브라이드고래 개체군의 소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2016년에 발생한 엘니뇨 현상으로 해수온이 상승해 이 지역을 찾는 브라이드고래의 수가 증가하면서 바이오트왕 검출 횟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브라이드고래가 왜 이러한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히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