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이용해 '물과 공기에서 단백질·엽산 만드는 시스템' 개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난 1920년대 약 20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100년이 지난 지금 약 81억~82억명에 달했으며, 2080년대 중반에는 103억명까지 늘어나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늘어나는 인류를 먹여 살릴 식량 생산 시스템 구축이 과제인 가운데 독일 튀빙겐대 연구팀이 '미생물에 수소·산소·이산화탄소만 공급해 단백질과 비타민 B9(엽산)을 만드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셀(Cell)지가 발행하는 생명공학 분야 저널 '생명공학의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라르구스 앙게넨트(Largus T. Angenent) 독일 튀빙겐대 응용미생물학 교수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토지자원 제한으로 충분한 식량 생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동물을 키우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 기술에 기반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세포배양기)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업은 더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단백질과 엽산을 풍부하게 포함한 효모를 만들기 위한 2단계 방식의 바이오리액터를 설계했다. 단백질은 인간의 근육 장기, 피부, 머리카락 등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며 엽산은 적혈구 생산을 돕고 대사에도 관여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연구팀이 고안한 바이오리액터는 우선 박테리아(Thermoanaerobacter kivui)에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아세트산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세트산염과 산소를 맥주·빵 발효에 사용하는 '출아형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에 공급해 단백질과 엽산을 만드는 구조다.
이 반응에 필요한 수소와 산소는 풍력 등 청정 에너지원으로 생성된 전기를 사용해 물을 전기 분해함으로써 생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출아형 효모는 설탕을 먹었을 때와 거의 같은 양의 엽산을 아세트산염을 먹은 경우에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수확한 건조 효모는 불과 6g으로 일일 엽산 섭취량을 충족했다.
앙게넨트 교수는 "효모가 설탕으로 엽산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세트산염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랐다"고 언급했다.
또 출아형 효모가 생산하는 단백질의 양은 동일 중량의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렌틸콩 등의 식품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85g의 건조효모는 일일 단백질 필요량의 약 61%를 함유하며, 이는 동일 중량 소고기의 34%, 돼지고기의 25%, 생선의 38%, 렌틸콩의 3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그러나 출아형 효모에는 과도한 섭취시 통풍의 위험을 높이는 화합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섭취 전에 이 화합물을 제거하는 처리가 필요하다. 처리 후 효모 85g에는 일일 단백질 필요량의 41%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 단백질 공급원 수준이다.
이번에 고안된 바이오리액터는 청정에너지·물·이산화탄소로 가동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식량 생산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한 토지도 축산이나 농업보다 적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앙게넨트 교수는 "땅을 이용하지 않고도 꽤 높은 효율로 비타민과 단백질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최종 제품은 채식주의자와 비건도 먹을 수 있으며, 유전자 변형 성분이 없고 지속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