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4절기 소소한 행복 알림장 '제철 행복'

“좋아하는 것들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김신지의 다정한 안부

2024-09-04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인플루엔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언제 그랬냐 싶게 찌는 듯했던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실려온다. 

지난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현한 행복학자 서은국 교수편을 공감하며 시청했다. 서 교수는 "행복은 걱정이 없고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즐거움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든 '자주 느껴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닌 빈도가 아닐까 싶다.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은 작가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 속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법을 가득 담고 있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기에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그 계절 속도에 발맞춰 걸으며 주변 행복을 챙기며 더 촘촘히 행복해지자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바쁜 현실에 치여 종종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잊고 산다. 그러다 문득 놓쳐버린 사람과 시간에 서글픈 때도 온다. 

마음을 빼앗긴 두 번째 풍습은 '포쇄'. 볕에 쬘 포()에 볕에 말릴 쇄(). 장마가 있는 여름을 지나는 동안 눅눅해진 책이나 옷을 모두 꺼내어 햇볕에 쬐고 바람에 말리던 일을 뜻한다. 포쇄를 알게 된 후로는 무얼 하든 여름내 눅눅해진 나를 말린다는 심정으로 돌아다녔다.

여름의 우리에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속을 다 꺼내놓고 말할 수 없을 때 말릴 수라도 있다면 한지로 만들어진 듯 습기에 약한 마음은 햇빛과 바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옷과 책 뿐만 아니라 마음도 햇볕 좋은 시기에 정기적으로 말릴 일이다

<제철행복 처서편 중 일부>

제철 행복에서 김신지 작가는 "'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모름지기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며,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 대가 없이 찾아온 계절의 즐거움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일, 그렇게 '내가 아는 행복'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 바로 제철 행복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인플루엔셜

제철 순대로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절기별로 행복을 마주하기 위한 ‘제철 숙제’들을 내준다는 점이다. 지금 절기인 처서의 제철 숙제는 다음과 같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여름내 눅눅해진 나를 데리고 나가 햇볕과 바람에 말리기

하루종일 잘 말린 마음을 차곡차곡 접어 집으로 돌아오기

좋아하는 계절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 둘 챙기다보면 우리의 시간은 작지만 좀 더 나은, 좀 더 행복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