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에 도전하는 멸종 동물 6종

2024-09-02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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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올해 3월 미국 생명공학 기업이 오래전 멸종한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 코끼리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멸종된 동물을 과학기술로 현대에 되살리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매머드를 포함해 과학자들이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6종의 멸종 동물을 과학 뉴스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정리했다. 

멸종 동물의 부활은 그 종의 동물 DNA 샘플을 근연종(생물 분류가 가까운 종) 난세포에 이식하는 '핵 이식'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2003년에는 2000년 멸종이 확인된 산양 피레네 아이벡스의 핵이식 복제에 성공했다. 폐 결함으로 비록 태어난 지 몇 분 만에 사망했지만 세계 최초의 멸종 동물 복원 사례로 기록됐다. 

이러한 멸종 동물의 부활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찬·반 양론이 나뉘고 있다. 찬성 입장은 멸종 위험에 처한 동물을 위한 긍정적 역할이 있다고 보는 반면, 반대 측은 윤리적 문제점 등을 우려한다.

논란 속에서도 핵이식 기술은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2030년대에는 사라진 동물이 다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며 부활 가능성이 있는 멸종 동물을 소개했다. 

◆ 매머드

매머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머드라고 할 때는 7만~1만 년 전 최후빙기(Last Glacial Period)에 살았던 털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를 말한다. 러시아 북극해 랭글(Wrangel) 섬에는 4000년 전까지 고립된 작은 개체가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다. 멸종 원인은 빙하기 말 기후 변화와 인간의 사냥, 유전적 다양성 감소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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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영구동토에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매머드 미라가 다수 발견됐다. 이에 DNA를 추출해 코끼리 난세포에 핵이식을 하면 매머드를 부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미국 생명공학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는 2028년까지 최초의 매머드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코끼리 체세포를 이용한 iPS세포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매머드의 유전자를 결합해 복원할 예정이다. 

◆ 도도새

도도새(Raphus cucullatus)는 인도양 모리셔스섬에 살던 고유종으로 천적이 없어 날개가 퇴화한 탓에 날지 못하는 대형 새였다. 1598년에 시작된 유럽의 식민지화로 쥐, 고양이, 원숭이 등의 외래종이 섬으로 들어오고 산림 벌채와 마구잡이 사냥 등이 이루어지며 1681년 멸종됐다. 처음 발견된 후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진 도도새는 인위적 멸종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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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는 멸종했지만 보존 상태가 우수한 표본이 남아 있어 2022년 과학자들이 덴마크에 있는 표본에서 도도새 게놈 복원에 성공했다. 

지난해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도도새를 부활시키는 ‘탈멸종(de-extinct)’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혔다. 창립자인 벤 램 대표는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도새의 DNA는 알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에, 매머드처럼 임신과 출산이 필요한 동물에 비해 부활이 훨씬 빠르고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 틸라신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혹은 '태즈메이니아호랑이'라고도 불리는 틸라신(Thylacinus cynocephalus)은 늑대를 닮은 외형에 등에 줄무늬를 가진 육식 유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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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호주 전역에 서식했지만 섬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가축을 노리는 동물로 여겨 대량 학살하면서 멸종했고, 1936년 동물원에 있던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면서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박물관에 보존된 틸라신 표본 중 일부는 보존상태가 매우 우수하다. 2017년 완전한 게놈 해독에 이어 2023년 RNA 추출에 성공했지만 DNA 조각화 등 부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 나그네비둘기

나그네비둘기(Ectopistes migratorius)는 1800년대까지만 해도 북미에서 가장 수가 많았던 조류로 전체 조류의 25~4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럽 이주자들이 식용으로 사냥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1914년 마사라는 이름의 마지막 나그네비둘기가 미국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죽으면서 멸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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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각지 박물관에는 나그네비둘기 표본이 수십구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DNA를 추출해 배열을 해석했지만, 단편화가 심해 원래 모습 그대로 부활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비영리 단체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Revive and Restore)는 나그네비둘기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꼬리 비둘기 사이의 잡종 탄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5년 1세대 알 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오록스

가축 소를 포함한 모든 소의 조상으로 알려진 오록스(Bos primigenius)는 과거 북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전역에 걸쳐 서식했다. 그러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수가 줄었고 1627년 폴란드 보호구역 숲에 살던 마지막 개체가 숨을 거두면서 멸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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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록스 DNA 대부분은 현재의 소에게 이어지고 있어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이 아닌 오록스와 비슷한 특징 및 행동을 가진 개체를 골라 번식시키는 '역교배' 방식으로 오록스 부활에 도전하고 있다. 

네덜란드 오록스 부활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타우루스 재단(Taurus Foundation)의 이사이자 생태학자인 로널드 고델리 박사에 따르면, 이 계획으로 이미 6세대 이상의 소가 만들어져 오록스와 비슷한 개체에 상당히 근접했다.

◆콰가

남아프리카의 초원에 서식하던 콰가(Equus quagga quagga)는 몸에 반쪽만 줄무늬가 있는 사바나 얼룩말의 아종이다. 맛좋은 고기와 희귀한 모피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대량 학살되었고, 1883년 사육되던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멸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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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콰가의 골수 및 박제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얼룩말 난세포에 주입하는 형태의 복원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이 외에 오록스와 마찬가지로 줄무늬가 적은 얼룩말을 교배를 이용해 복원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는데, 유전자가 유사해도 본질적으로 콰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