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70년 후 당뇨병 발병률에 영향

2024-09-02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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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932년~1933년에 걸쳐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한 소련 각지에서 '홀로도모르(Holodomor)'로 불리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낸 대기근의 영향이 무려 70년 후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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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도모르는 당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추진한 민족운동 탄압, 부농 척결 운동, 집단농장(Kolkhoz, 콜호즈)을 통한 농업의 집단화, 곡물 강제 징발 등이 결합되면서 일어난 대기근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는 1932년~1933년에 걸쳐 수백만 명이 굶어서 숨졌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유럽 유수의 곡창지대였고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은 중요한 외화 획득 수단이었기 때문에 소련은 기근 발생에도 곡물과 심지어 종자까지 징발을 멈추지 않고 수출을 했다. 스탈린 정권은 기근 보도를 금지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에서 기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제적십자를 통한 지원 요청까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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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유럽의회는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구소련에 의한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앞선 연구를 통해 산모의 건강과 영양 상태는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크라이나 대기근도 그 후 세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의 L.H. 루메이(Lumey) 교수팀은 홀로도모르 전후로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태아 및 유년기에 겪은 기근이 이후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1930~1938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약 1018만 명의 출생 기록과 2000~2008년에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12만 8225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그리고 출생 시기·임신 기간·출생 장소 등의 데이터와 후년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대기근에 노출된 주(州)에서 1934년 전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훗날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들의 임신 시기가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33년 상반기라고 지적했다. 

홀로도모르로 인한 사망자의 80% 이상은 1933년 1월~7월에 발생했으며, 이 시기에는 하루에 약 2만8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임신 중기~후기, 혹은 태어난 직후 단계에서 대기근에 노출된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실조가 이후 인생에서 제2형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성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임신 초기 단계로 한정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진단 가능성은 많은 요인에 좌우되지만, 대기근 노출은 다른 모든 요인보다 더 지배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