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책임지는 엽산? 섭취량 줄이면 오래산다

2024-08-26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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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비타민 B군의 일종인 엽산은 세포 증식에 필요한 DNA 합성과 관련된 영양소다. 지금까지 엽산 보조 식품 섭취를 통해 자살 및 자해 행위가 감소한다는 연구와 엽산이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기억력 저하가 완만하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엽산의 필요성은 연령에 따라 다르며, 특히 고령인 경우에는 엽산 섭취량을 억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논문은 '생명과학 얼라이언스(Life Science Allia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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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B9라고도 불리는 엽산은 적혈구 생산 및 DNA 복제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성장이 현저한 시기에 특히 중요하며, 태아의 엽산 결핍은 선천성 결함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암·류마티스관절염·건선 등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보이는 질병 치료에는 엽산의 대사를 저해하는 엽산 대사길항제가 사용된다. 

이처럼 시기와 건강상태에 따라 필요성이 크게 다른 엽산의 장기적인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립대 농업생명연구소(Texas A&M Agrilife Research․ TAMU)의 마이클 폴리메니스(Michael Polymenis) 박사팀은 엽산 대사를 방해하는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를 효모와 선충에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엽산의 대사가 제한되면 효모와 선충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령 쥐에 엽산이 적은 식사를 제공한 실험에서는 빈혈 등 엽산 부족의 영향 없이 건강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엽산을 제한한 그룹의 고령 쥐는 허약 및 보행 장애 등 노화 증상이 보이지 않았고, 일반적인 먹이를 먹은 쥐에 비해 털의 백화 현상도 적었다.

아래 사진 중 왼쪽은 일반적인 먹이를 섭취한 쥐이고, 오른쪽은 엽산이 제한된 먹이를 섭취한 쥐이다. 엽산이 충분히 함유된 먹이를 섭취한 쥐는 털이 약간 회색이며 결도 부스스해 보이는 반면, 엽산 섭취를 제한한 쥐는 체모가 더 어둡고 윤기가 있다. 연구팀은 쥐의 털 백화 정도는 건강 수명의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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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엽산이 성장 초기 단계에는 중요한 영양소라 하더라도 말년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어떤 형질이 성장기에는 유익한 영향을 주지만 노년기에는 나쁜 영향을 미쳐 노화가 발생한다는 가설을 '길항적 다면 발현설'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논문에 "우리의 데이터는 건강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엽산의 양은 삶의 다양한 단계에서 변화하며, 삶의 후반부에는 엽산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는 주로 엽산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섭취하는 영양강화제 및 보충제 조절을 염두에 둔 것이지 엽산을 함유한 식재료를 식사에서 없애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