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테라포밍에 가장 적합한 식물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테라포밍(Terraforming)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 환경을 지구 생물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구 환경과 가장 유사한 행성으로 알려진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비교적 지구에 가깝고 지구와 크기가 비슷해 중력 정도도 비슷하다. 이에 미래에 테라포밍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행성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과학원 신장생태지리연구소 연구팀은 '화성을 테라포밍한다면 어떤 식물을 들여와야 할까?'를 검토한 결과, 이끼의 일종이 유력 후보라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더 이노베이션(The Innovation)'에 게재됐다.
생물 대부분이 육지에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태고 지구에서 이끼는 가장 먼저 육지에 진출한 식물이었다. 이끼는 바위에서 스며나오거나 바위 위를 흐르는 영양소를 잘 흡수하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겐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이끼를 이용한 테라포밍을 통해 다른 식물이나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초기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끼의 번식에 성공한한다면,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해 호흡 가능한 대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화성 테라포밍에 적합한 이끼 후보로 전 세계 사막에 서식하는 '신트리키아 카니네르비스(Syntrichia caninervis)', 일명 '사막 이끼'에 주목했다. 신트리키아 카니네르비스는 중국·시베리아·미국 등 사막은 물론 티베트와 남극 부근의 극한 환경에도 서식하고 있다.
가령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사막은 영하 45도에서 영상 65도로 매우 기온차가 심하고 상대습도는 최저 1.4%까지 떨어질 정도로 매우 건조하다. 그러나 이곳엔 높은 밀집도로 신트리키아 카니네르비스가 서식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끼를 극한의 환경에 노출시켜 어떤 반응과 회복력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극단적으로 건조한 환경에 노출시키자 물이 손실되면서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갔다. 그러나 신트리키아 카니네르비스는 99% 이상의 수분이 손실된 상태에서도 물을 주면 즉시 수분 함량이 회복되어 녹색으로 돌아왔고, 광합성 능력도 회복했다.
이어 장기간의 동결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초저온 냉동고(-80도)에서 3~5년, 액체 질소 탱크(-196도)에서 15~30일'에 걸쳐 동결 상태로 이끼를 방치했다. 이러한 저온 처리에도 살아남아, 정상 생육 조건으로 되돌리면 5일~15일 정도만에 회복하기 시작했다.
감마선 조사 실험에선 인간의 치사율을 크게 웃도는 최대 4000그레이(Gy)를 견뎌냈다. 또 기압·이산화탄소농도·기온 변화 등의 조건이 화성 중위도 수준인 환경에 노출시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외계행성에 자급자족 거주지를 만드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화성의 생육 개척 식물로서 신트리키아 카니네르비스의 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