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마약류 유통 통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불법 거래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메타는 자사 광고 정책에서 "불법 약물 및 오락 목적의 약물, 그 밖의 안전하지 않은 물질·제품, 보충제 판매와 사용을 홍보하는 광고 게재는 메타의 기술 재량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을 위반하는 광고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2024년 3월~6월에 걸쳐 450건 이상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코카인이나 처방용 오피오이드 등 불법 약물을 판매하는 수십 건의 광고가 발견됐다. 이들 광고에는 처방약과 알약 등의 사진이 올라왔고, 일부 광고에는 불법 약물 디메틸트립타민의 약칭인 'DMT'를 본뜬 노란 가루 사진이 게재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조사하는 비영리 단체 '기술투명프로젝트(Tech Transparency Project·이하, TTP)'는 2024년 3월 1일부터 6월 14일에 걸쳐 메타의 광고 라이브러리를 분석했다.
TTP는 조사 과정에서 옥시콘틴·옥시코돈·자낙스·코데인 등 약물명과 불법 판매자에게 널리 쓰이는 왓츠앱과 텔레그램 단축 링크 't.me' 용어를 검색했다.
그 결과, 메타 광고 라이브러리에서 450건 이상의 불법 약물에 관한 광고가 발견됐다. 옥시콘틴 등 처방약 이름을 검색하면 문제의 약물을 명시적으로 판매하는 광고가 나왔고, 't.me'라고 검색하면 엑스터시나 코카인 등 불법 약물로 보이는 알약·분말·결정 등을 표시하는 광고가 게재됐다.
TTP가 발견한 이들 광고 상당수는 텍스트가 없고 약물 판매자가 특정 제품과 가격을 나열하는 텔레그램 계정 링크만 포함되어 있었다. 또 일부 광고에는 코카인을 암시하는 '❄' 등의 이모티콘이 사용되기도 했다.
TTP에 따르면 불법 약물 관련 광고 링크를 클릭한 사용자는 텔레그램 프라이빗 그룹 채팅으로 리다이렉트된다. 이곳에서 딜러가 판매하는 약물 사진, 가격, 주문 방법 등이 게시되는 방식이다.
TTP의 케이티 폴 디렉터는 "이제 다크웹은 필요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만으로 위험한 약물을 판매하거나 다크웹에서는 불가능했던 규모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메타는 AI를 이용해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사용자를 리다이렉트하는 광고 제어는 불가능하다. 또 판매 약물 소개에 (텍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사진을 이용하면 메타의 콘텐츠 제어 시스템은 기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메타 홍보 담당자는 "이러한 불법 약물 판매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메타는 안전과 보안 관련팀 규모를 2016년부터 4배로 확대했다. 우리 시스템은 위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검출하고 단속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약물 정책을 위반하는 수십만 건의 광고를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 자원을 투자하고 이런 종류의 콘텐츠에 대한 집행 프로세스를 더욱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WSJ이 발견한 많은 의약품 관련 광고를 공개 48시간 이내에 비활성화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보도에 대해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