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코 스프레이로 치료하는 시대 오나

2024-07-30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UTMB New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텍사스대 의대(UTMB)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신경변성 질환에 대해 코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만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치료법의 핵심은 TTCM2라고 불리는 특수 항체다. 이 항체는 뇌 내에서 해로운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의 축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표적으로 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라는 이상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에 쌓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아밀로이드가 장기간 축적되면 유해 물질인 타우 단백질이 뇌세포에 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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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 단백질은 건강한 뇌에서는 신경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신경변성 질환에서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 응집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 무렵이 되면 뇌 속 신경세포 '뉴런'이 죽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기억력 저하와 같은 인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존 치료법에서는 타우 단백질 응집체가 존재하는 세포 내 구획에 충분히 항체가 침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UTMB 연구팀은 TTCM2 항체를 특수한 입자에 포함시켜 비강을 통해 뇌로 효과적인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 이 방법으로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을 우회해 치료제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뇌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팀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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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게 차단하는 혈뇌장벽은 뇌혈관을 감싸는 세포층이다. 산소와 영양분 외에 대부분의 화학 물질을 차단해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이 치료법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세포 내 수용체인 TRIM21의 기능이다. TTCM2 항체가 타우 단백질 응집체와 결합한 뒤 TRIM21이 이 항체와 응집체 결합을 인식하고 분해를 촉진해, 기존 치료법으로는 어려웠던 세포 내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고령 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 비강(鼻腔) 스프레이 치료법이 타우 단백질 응집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 제1 저자이자 사가르 가이콰드(Sagar Gaikwad) 텍사스대 의대 박사는 "이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이나 기타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 1회의 약물 투여만으로도 쥐의 단기 기억 상실이 완화됐고, 치료 후에도 기억 형성·인지 기능과 관련된 신경세포 지표의 개선을 보였다"고 밝혔다. 

UTMB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실제 치료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전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TTCM2 항체를 사용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