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도 진출 성과 가시화...연간 매출 사상 최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애플이 인도에서 거둔 연간 매출이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여전히 최대의 아이폰 제조거점이지만 미중 마찰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애플은 인도 등 신흥국으로 거점을 옮기며 탈중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로 떠올랐고 이동통신망 발전 속도도 상대적으로 늦어 성장 잠재력도 높다. 최근에는 중산층 인구 확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로의 이행이 빨라지면서 애플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인도 '넥스트 차이나'로 부상...연간 매출 33% 증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지난 1년간 애플의 인도 매출은 약 80억 달러를 돌파, 전년 같은 기간의 60억 달러에서 약 33% 증가했다. 특히, 매출 절반 이상을 아이폰이 차지하며 인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제2위 휴대폰 시장으로 잠재력이 큰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 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저가 단말 중심의 환경이고 중국업체 등 제조사간 경쟁도 치열하다. 

홍콩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 6억 9000만대의 스마트폰 중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불과 3.5%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의 연간 매출 80억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2% 정도에 그친다. 반면, 홍콩·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비중은 19%를 기록했다. 

파이는 아직 작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인도가 향후 애플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쿡 CEO는 인도 내에서 개발자부터 시장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판매는 한 대의 스마트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이폰 구매가 애플의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폰 구입 고객은 그 다음으로 애플워치나 에어팟을 추가 구입하거나, 정액 과금 서비스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중산층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애플 제품을 지위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애플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기술 의존을 줄이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애플에 대한 명백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지역별 매출 비중에서 중화권 등 아시아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마트폰 자리도 화웨이에 내줘야 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기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애플 입장에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략 수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중국 대체할 제조거점으로도 주목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주요 생산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은 중국 본토 공장에서 아이폰 등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로 생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인도에서 제조된 아이폰 중 약 67%는 대만 폭스콘이 담당했고, 대만 페가트론이 약 17%를 제조했다. 나머지는 인도 타타·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위스트론의 벵갈루루 근교 공장에서 제조했다.

애플 협력업체는 현재 아이폰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을 제외한 아이폰을 인도에서 제조하며,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 대부분은 수출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폰 인도 생산액이 지난 1년간 1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공급업체는 앞으로 2~3년 안에 연 5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후에도 수천만 대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인도는 전세계 아이폰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