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왕도마뱀, 톱니 이빨의 비결은 '철 코팅'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코모도왕도마뱀(Komodo Dragon)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으로, 확인된 최대 개체는 총길이 313cm, 몸무게 166kg에 달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은 철로 코팅돼 그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주로 멧돼지와 사슴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포식자다. 톱니 모양의 치아가 사냥감의 살을 쉽게 찢을 수 있게 돕고, 치아 사이의 독관에서 혈액 응고를 막는 독을 주입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런던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가나스(Ganas)'의 이빨을 연구했다. 치료가 어려운 변성 관절염으로 2023년 2월 안락사한 가나스의 유골을 통해 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
아래 사진이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이다. 구부러진 치아 한쪽이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고, 가장자리는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다.
연구팀은 현미경과 분광법을 통해 코모도왕도마뱀의 치아 화학 조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빨 가장자리를 따라 덮인 주황색 색소 층은 이 영역에 철분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코모도왕도마뱀 외에 큰도마뱀이나 악어도 치아에 철분이 존재하지만 주황색이 이처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상세 사진을 보면 톱니 가장자리를 코팅하도록 철분이 응집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코팅층으로 치아의 끝은 언제나 날카롭게 유지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생물과학자이자 논문 최대 저자인 아론 르블랑(Aaron RLeBlan) 박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육식 공룡과 마찬가지로 먹이를 찢기 위해 굽은 톱니 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이 유사성을 이용해 과거 육식 공룡이 어떤 식으로 먹었는지, 또 코모도왕도마뱀과 마찬가지로 철로 코팅된 이빨을 가지고 있었는지 더 자세히 알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화석화된 공룡의 치아가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었는지는 판별하기 어렵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육식공룡은 법랑질 구조를 변화시켜 이빨을 날카롭게 만들어 절삭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르블랑 박사는 "코모도왕도마뱀 치아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화석화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철 코팅의 단서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공룡도 철로 코팅된 이빨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논문 공저자인 벤자민 태플리(Benjamin Tapley) 박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발견은 공룡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3500마리밖에 남지 않은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