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대중국 규제 더 옥죈다...동맹국 '불똥'
동맹국 참여 압박 강화하는 미국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대상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이 이어진다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강력한 행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동맹국이 미중 기술 전쟁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술로 제작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또는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일본·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대중국 수출 제한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ASML과 반도체 제조장치 제조업체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에 대한 접근을 중국에 계속 허용한다면 가장 엄격한 무역제한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광장치 기술의 독점업체다. 미국은 2022년 ASML 측에 최첨단 기술 이외에도 중국 수출을 중단하도록 제재 강화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ASML 입장에서 중국은 중요하고 큰 시장이다. 2024년 2분기 매출 56억 유로 가운데 49%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일렉트론 역시 중국은 주요 거래처다. FDPR 규제 조치 시행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국가 안보를 앞세우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기 위해 꾸준히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Mate 60 Pro)를 보란듯 출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은 중국 SMIC의 7nm 반도체 프로세서가 탑재돼 주목을 받았는데, 그간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중국의 기술력과 애국 마케팅이 더해진 폭발적 반응에 미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미국이 이번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카드까지 빼 든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인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미국산 기술·장비·소프트웨어를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편, 미국과의 대립 속에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반도체 산업의 독립을 위해 정부 주도의 빅펀드를 통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제3국 경유 및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대책을 마련한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경제 제재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