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 해고"...英 다이슨 구조조정 충격
英 인력 30% 감원...매출 큰 아시아에 집중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국의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이 설립한 청소기 제조업체 다이슨이 영국 직원 약 3500명 중 최대 1000명을 대규모 감축하기로 했다. 전체 인력의 약 30%가 정리해고 대상자에 오른 것이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하노 키르너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7월 9일(현지시간) 미디어를 통한 성명에서 "우리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조직 구조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잉여인력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개편을 제안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키르너 CEO는 인원 감축 경위에 대해 "다이슨은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혁신과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혔다.
다이슨이 2023년 10월 발표한 결산 보고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이익은 판매량 감소로 전년 1020만 파운드에서 960만파운드로 감소했다.
다이슨은 구조조정이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 단계에서 영국에서 출발한 감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글로벌 인력에 어느 정도 파급될지, 국가별로 얼마나 많은 인력을 감축할지는 불분명하다.
다이슨 영국 인력은 3500명이며, 윌트셔(Wiltshire), 브리스톨(Bristol), 런던(London)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브리스톨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뉴스로 해고 사실을 알고 나서 통지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1991년 영국 남서부 윌트셔주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2002년 제조 거점을 말레이시아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아시아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이후 제조와 매출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하게 되면서 2019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이른바 브렉시트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싱가포르 이전 결정을 두고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회사 측은 본사 이전과 브렉시트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그는 "영국 정치 지도자들은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부의 창출과 성장은 '더러운 단어'가 됐다"고 자국 경제 정책을 비난했다.
영국 내에서는 다이슨의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자국 일자리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원 결정을 공개한 9일은 공교롭게도 조나단 레이놀스 영국 기업부 장관이 100명 이상의 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자신의 우선순위를 밝힌 날이기도 하다.
여론을 의식한 듯 다이슨은 이번 해고 검토가 5월 영국 총선 전에 시작됐으며 정치와는 무관한 사업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에는 다이슨 공학기술연구소가 남아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영국은 다이슨의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남아 제품 개발의 허브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