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포를 칼로리 연소세포로....비만치료 '새 길'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비만의 주범인 백색 지방세포를 지방을 태우는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찾았다.
줄기세포만이 답이라고 여긴 세포를 지방 세포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발견은 비만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렸다.
지방세포에는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 지방세포' ▲지방을 연소시키는 '갈색 지방세포' ▲두 성질을 모두 가진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3종류가 있다. 이 중 베이지색은 칼로리를 연소하지만, 덩어리를 형성하는 갈색과 달리 백색 사이에 축적된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는 갈색 지방세포로 만들어진 '갈색지방조직(BAT)'을 갖고 태어난다. 출생 후 체온 유지를 위해서다. 하지만 생후 1년 내 대부분 사라진다. 이후 사람 몸에는 백색 지방세포와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구성된 '백색지방조직(WAT)'만 남는다.
백색 지방세포를 다른 색깔의 지방세포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비만 치료가 가능한데, 인체는 추위나 식생활 등에 따라 백색 지방세포를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바꿀 수 있다. 비만치료 전문가들은 그동안 줄기세포를 성숙시켜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분화시킴으로써 해당 변화 과정을 재현하고자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브라이언 J. 펠드먼 교수 연구팀은 희귀한 줄기세포 대신, 백색 지방세포를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직접 변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전 실험을 통해 KLF-15라는 단백질이 지방세포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팀은 지방세포 종류와 KLF-15의 관계를 더 면밀하게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갈색지방세포를 가진 쥐를 분석한 결과, 백색지방세포 속 KLF-15의 양은 갈색지방세포나 베이지색 지방세포에 비해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색지방세포에 KLF-15가 많다는 사실을 단서로 이번에는 KLF-15를 만들 수 없는 쥐를 번식시켰더니 쥐의 백색지방세포가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전환된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지방세포가 다른 형태로 변화하거나 KLF-15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방의 '디폴트 설정'이 백색 지방세포에서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바뀔 수 있음을 알아냈다.
변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이 사람의 지방세포를 배양하고 갈색 지방세포에 의한 칼로리 연소를 자극하는 베타-아드레날린 작용제 '이소프로테레놀'을 첨가했더니 백색 지방조직에서 만들어지는 KLF-15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또 아드레날린 수용체에는 'ADRB1·ADRB2·ADRB3' 3종류가 있는데, KLF-15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ADRB1'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래 이미지 가운데 상단은 일반적인 백색 지방세포이고 아래는 KLF-15 결손으로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섞인 백색 지방세포다.
그간 'ADRB3'를 자극하면 쥐의 체중이 감소한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을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이 진행되었지만 실패했다. 즉 쥐의 갈색지방 활성화에 중요한 것은 ADRB3이고, 사람은 ADRB1이기 때문에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ADRB3가 아닌 ADRB1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 뇌가 아닌 지방에 작용해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있고, 지방 세포는 비교적 수명이 길기 때문에 오랜 지속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펠드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단백질 생성의 제한만으로 백색 지방세포를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장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