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년 전 동굴 벽화 분석...'가장 오래된 구상 예술'

2024-07-04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남서부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가 새로운 연대측정법을 통해 적어도 약 5만12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벽화는 세 명의 인간과 멧돼지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구상 예술 및 스토리텔링의 사례'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술라웨시섬에서는 수만 년 전의 동굴 벽화가 다수 발견되었다. 2019년 연구에서는 '반신반수 사냥꾼'이 그려진 벽화가 당시로는 가장 오래된 약 4만4000년 전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후 2021년 연구에서 동일 지역에서 발견된 다른 동굴 벽화가 더 오래된 4만55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그리피스대 맥심 오버트 교수와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술라웨시섬 동굴 벽화의 연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연대측정을 위해 새로운 샘플링 정밀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저 애블레이션 우라늄 시리즈 이미징'(LA·U·시리즈)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분석법은 질량 분석기와 결합한 레이저로 탄산칼슘 표본을 분석해, 실제 벽화가 그려진 물감층에 더 가까운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LA·U·시리즈로 동굴 벽화의 연대를 재측정한 결과, 약 4만4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 '반신반수 사냥꾼' 벽화는 최소 4000년 이상 더 앞선 4만8000년 전에 그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번 술라웨시섬 랭 카람푸앙(Leang Karampuan) 동굴의 '야생 멧돼지와 세 사람'이 그려진 벽화는 최소 5만12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벽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이며, 작품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라고 설명했다.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5만1200년 전 동굴 벽화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육안으로는 희미하게 보이는 벽화를 착색한 이미지다. 큰 멧돼지 주위를 3명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 사람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막대기를 들거나 팔을 뻗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그리피스대 진화인류학자인 애덤 브럼 교수는 "이번 발견은 인간이 그림을 통해 복잡한 이야기를 전하는 능력이 언제 발달했는가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동굴 벽화가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실제로 있었던 멧돼지 사냥의 기록일 수도 있고, 신화나 상상의 이야기를 그린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술라웨시섬의 초기 인류가 생각한 멧돼지와 인간의 교류에 관한 그림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5만 1000년 전부터 인류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구상 예술을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연대 측정법이 미술사의 중요 발전에 관한 지식의 갭을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