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청소년기, '음모론' 심취 위험 높인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노르웨이 중고생 2천여 명을 약 30년에 걸쳐 추적한 연구를 통해 사춘기에 강한 고독을 맛본 사람이나 평생 고독했던 사람은 중년기에 음모론적인 세계관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외로운 사람들이 고립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음모론으로 치닫거나 음모론자 커뮤니티를 통해 소속감을 추구하기 때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음모론 신봉자 비율은 20세기 중반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 발달 속에 반백신 음모론이 확대되거나 미국 극우 음모론단체 큐아논(QAnon)이 미국 의회의사당을 습격하는 등 이제 특이한 사고방식이나 세계관을 넘어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앞선 연구를 통해 음모론적인 신념 형성에는 고독감이나 소외감이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시사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 대부분은 기간이 짧아, 고독과 음모론의 관련성이 인생의 어느 시기의 경험으로 생기는 것인지 등 종단적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연구팀은 노르웨이의 생활이 젊은이의 심리적인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연구 프로젝트(Young in Norway)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했다.
실험 참여자는 연구가 시작된 1992년 당시 7~12학년 학생(평균 연령 15.05세)인 남녀 2215명으로 42.6%가 남성, 57.4%가 여성이었다.
또 분석에는 ▲1992~2020년 중 총 5회 진행된 '노르웨이판 UCLA 고독감 척도' 설문 조사 결과 ▲2020년 '음모론적 사고방식 질문표' 설문으로 확인한 음모론적인 세계관 지지도 데이터를 이용했다.
그 결과, 청소년기(1992년) 외로웠던 사람일수록 성인이 된 후(2020년) 음모론적 세계관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또 28년 동안 고독감 증가 정도가 클수록 음모론 지지 가능성도 동반 상승했다. 이 결과는 연령·성별·부모의 학력·1994년 설문에서 수집한 정치적 의견 등 영향을 고려해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사회제도 신뢰도가 높은 노르웨이에서 진행되어 결과의 일반화를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 복지가 발달한 노르웨이의 경우 고독의 정도가 다른 국가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고독과 음모론 결합이 과소평가될 우려도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8년에 걸친 이 연구는 중년기 음모주의적 세계관이 청소년기와 성년기에 걸쳐 경험한 고독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세대와 비교해 고독하다는 비교가 사회적 고립감을 조장하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음모론으로 치닫거나, 뜻을 같이 하는 음모론자 그룹에서 사회적 연결을 찾는 동기부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