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석유 없이 살 수 있을까?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석유는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와 발전 연료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제조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례없는 기후 위기 속에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인류가 석유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지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해설했다.
◆ 자동차・항공기・선박
최근 탈탄소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친환경 연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석유 이외의 에너지원 이행을 위한 기술혁신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석유 탈피가 진행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확산으로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영국 민간 연구소 엠버(Emb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목적의 석탄·석유·가스 사용량은 2023년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세계적인 전기 자동차 보급도 석유 사용량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아래 그래프는 세계 전체의 석유 용도를 나타낸 것이다.
IEA는 2018년 기준 전체의 약 50%가 자동차·오토바이 등 차량이 차지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3분의 2가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다. 차량의 석유 사용은 향후 수십 년간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를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도 개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항공기 연료 효율이 높아지고 있고, 탄소 배출 감축의 수단으로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인 SAF는 탄소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80%까지 줄일 수 있고 기존 연료 시스템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보잉은 2030년까지 자사의 모든 신형 민간 항공기가 순수 SAF로 비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치 에어크래프트는 2026년 SAF 전용 항공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석유 연료 대체가 가장 어려운 것이 해운 업계다. 전세계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대형 선박은 건조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존 선박을 에너지 효율이 좋은 선박이나 석유 이외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으로 대체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수소연료로 석유를 대체하는 페리와 소형선의 테스트도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외양선은 아직 설계 단계이기 때문에 해운업계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석유를 대량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 플라스틱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매우 저렴하며 내구성이 강하고 범용성도 높아 폭넓은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또 일부 플라스틱 제품은 쉽게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다.
특히 일회용 주사기·일회용 장갑·침대 시트 등 플라스틱 제품은 병원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균이기 때문에 감염병 확대 억제에도 유용해 의료 분야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매우 저렴해 비용 측면에서 무석유 플라스틱 제품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식물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이 유력 대체품으로 꼽히고 있지만, 바이오 원료인 대두 등의 재배를 위해서는 넓은 농지가 필요하고 바이오매스에 너무 주력하면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 석유 사회의 종말 예고
이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석유 생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기술 진보를 통해 청정에너지 가격은 점차 하락해, 탐사와 시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석유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석유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인 17~19세기에 걸쳐 인류는 수백만 마리의 고래를 상업 포경으로 포획하고 사체에서 나오는 고래기름을 연료·기계 윤활유·식품 원료 등으로 사용해 왔다.
당시 사회는 대규모 상업 포경 없이는 돌아가지 않았지만, 상업 포경이 거의 금지된 현재 문제 없이 고래기름 이외의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국제시스템연구소(Global Systems Institute) 소속 펨케 니세(Femke Nijsse) 박사는 "2065년이면 세계 석유 사용량이 9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항공업계와 해운업계가 다량의 석유를 사용하는 마지막 주요 산업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탈탄소화의 추진은 결국은 석유가 우리 역사의 일부로 지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에 대한 선호는 점차 사라지고 과거 산업 포경처럼 극히 일부분만 남을 것이다. 앞으로 50년~100년 후 미국의 석유 채굴 기지와 굴착장은 서부에 산재한 폐갱 박물관이나 골드러시의 유령 마을처럼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