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유물서 '운석' 사용한 보석 장식품 발견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페인 동부 도시 빌레나에서 발견된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티아라·반지·팔찌 등의 보석은 '빌레나의 보물(Treasure of Villena)'로 불린다.
이 중 2개의 보석에 지구 밖에서 날아온 운석에 포함된 철이 사용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스페인 학술지 'Trabajos de Prehistoria'에 게재됐다.
1963년 발견된 빌레나의 보물은 화분·병·팔찌 등 총 59점의 보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청동기시대 후기~철기시대 초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스페인 국립고고학박물관 보존 책임자인 살바도르 로빌라 로렌스(Salvador Rovira-Llorens) 박사 연구팀은 빌레나의 보물에 포함된 지름 4.5cm의 철과 금으로 된 반구 형태의 보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보석에 사용된 금 부분은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전 12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기원전 850년경 철기시대가 시작되기까지 철광석에서 철을 정련(refining:불순물 제거 등을 통해 순도를 높이는 작업)하는 기술이 없었다. 따라서 청동기시대가 한창이던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전 1200년 사이에 금세공과 철세공을 동시에 사용한 보석이 제작된 것은 하나의 의문이었다.
또 빌레나의 보물 가운데는 철제로 추정되는 팔찌도 포함되어 있다.
로렌스 박사팀은 유물의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형광 X선 분석과 레이저 어블레이션 ICP 질량분석(LA-ICP-MS)을 실시한 결과, 이들 보석품의 니켈 함유량은 5.5%~6.9%였다.
이처럼 높은 니켈을 함유한 철광석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석에 사용된 철이 철과 니켈 합금으로 이루어진 운석인 '철운석(iron meteorite)'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유물의 원소 구성을 바꾸는 높은 수준의 부식에도 불구하고 분석 결과는 반구와 팔찌 모두 운석의 철로 만들어졌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 철운석: 주로 철과 니켈의 합금(Fe-Ni alloy)으로 이루어진 운석이다. 지구 표면에서는 자연 상태의 순수한 철 또는 철-니켈 합금이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운석에서는 철-니켈 합금이 흔하게 발견된다. 철의 초기 근원 중 하나로 알려진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빌레나의 보물에 포함된 부식된 2개의 보석은 청동기시대 후기에 제작되었으며, 사용된 철은 철운석에서 유래된 것이다"라며 "이번 발견으로 철의 정련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청동기시대에는 귀중한 소재인 철운석을 통해 철을 입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은 "반짝이는 황금 보물 중에서 부식된 두 개의 보물이 가장 귀중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분석에 사용된 보석은 부식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더 상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비침습성 분석 기술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