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긴 대사를 어떻게 외우는 걸까?

2024-06-0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에 출연하는 배우는 꽤나 긴 대사를 정확하게 암기한다. 배우가 그 많은 대사를 기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존 시몬 박사가 배우의 대사 암기 비결을 설명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The MIT Press Reader

시몬 박사는 연극을 관람한 뒤 관객석에 남아 무대 위에서 차기작을 논의 중인 배우들에게 어떻게 긴 대사를 기억하는지 직접 질문했다.

배우들은 '대본을 반복적으로 읽고 대사를 암기'하는 기억법 대신, '대사의 의미에 주목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관시킨다', '배역을 이해하고 대사와 역할의 관계를 파악한다' 등의 방식으로 대사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도 배우들은 대사를 연기의 상황, 감정, 행동과 관련시켜 힘들지 않게 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age Journals(2006) 

또 배우들은 '이 대사를 할 때 내 역할은 상대역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대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억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좋은 배우는 대사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 배우의 반응을 통해 자기 배역의 의미를 느낀다. 

'테넷'과 '킹스맨'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온 영국 원로 배우 마이클 케인은 자신의 저서 '엑팅 인 필름(Acting in Film)'에서 "대사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서야 한다. 상대 배우의 얼굴에서 그 대사를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사를 들을 수 없어 자연스러운 반응이나 자발적인 연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즉, 대사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나 대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사를 자연스럽게 기억하기 위한 몰입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계적 암기보다 대사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 기억법은 일상적인 작업에도 적용된다. 가령 1973년 연구에서는 '단어를 암기할 때는 단어의 발음보다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억하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상대에게 의미를 전하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공부한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암기하려고 한 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1973)

시몬 박사는 기존 연구 결과와 배우들의 의견을 근거로 "의미에 주목하는 기억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억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