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금성'에서도 작동하는 데이터 스토리지 등장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극한 환경에서 기능하는 전자기기 개발에는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SSD 등 비휘발성 메모리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는 약 300도까지 도달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강유전체 다이오드를 기반으로 한 비휘발성 메모리 디바이스는 최고 600도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금성과 같은 극단적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례가 없는 결과"라고 강조헀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강유전성 질화알루미늄 스칸듐(AlScN)'로 불리는 재료를 사용한 다이오드를 개발했다. 메모리 디바이스는 니켈과 플래티넘 전극에 AlScN 다이오드를 끼워 넣은 구조다. AlScN 다이오드 층은 두께 45나노미터(nm)로 인간 머리카락의 대략 1800분의 1 수준이다.
재료 두께가 너무 얇으면 활성이 높아져 열화가 심해지고, 너무 두꺼우면 강유전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최적의 두께를 찾는데 수 개월이 걸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최대 저자인 디렌 프라단 박사는 "AlScN 결정구조로 원자 간 결합은 현저하게 안정되고 강력해진다. 내열성뿐 아니라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메모리 디바이스의 설계와 특성으로, 전기적 상태의 고속 전환을 구현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AlScN 다이오드 기반 비휘발성 메모리 디바이스는 100만회의 데이터 판독에 대응하고, 6시간 이상에 걸쳐 안정적인 온·오프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가령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행성인 금성은 약 460도에 달하는 극한 환경으로, 기존 메모리 장치를 탑재한 장비로는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딥 자리왈라 펜실베니아대 전기시스템 공학 교수는 "이 메모리 디바이스는 최고 600도의 온도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지구 심부 시추부터서 우주 탐사까지, 그동안 불가능했던 고도의 컴퓨팅을 실현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