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엔 고지방식 피해야...기억력 저하 초래

2024-05-20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각종 수술 며칠 전에 패스트푸드 등 지방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수술 후 기억장애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논문은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rain, Behavior and Immunity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은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잠시 의식이 몽롱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일반 치매와는 별도로 수술 혹은 마취 후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수술 후 섬망'과 '수술 후 인지기능장애(POCD)'라는 것이 있다. 이는 수술에 의한 손상으로 선천면역반응이 뇌로 파급되어 발생한다. 

수술 후 섬망은 수술 후 의식장애 및 지각장애가 발생해 경과와 함께 대부분 개선되지만,  POCD는 기억·주의·언어 등 신경인지 장애가 발생해 수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수술 이외의 인지기능 장애 요인으로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지방분이 많은 식사'를 들 수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사를 계속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 증상이 악화되고, 학습 능력 및 기억력에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고령 쥐와 젊은 쥐를 '일반식을 3일간 주는 그룹'과 '지방이 많은 식사를 3일간 주는 그룹'으로 나눠 식사 후 복부 개복 수술과 유사한 처치를 진행했다. 그리고 수술 2주 후 모든 쥐를 대상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고령 쥐에서는 고지방식과 수술 조합으로 '맥락 의존적 기억(Context-dependent memory)'과 '공포 조건화 기억(fear conditioning memory)' 모두 최대 2주간 악영향이 이어졌다. 한편 젊은 쥐에서도 고지방식과 수술 조합이 악영향을 미쳤지만, 영향을 받은 것은 공포 조건화 기억뿐이었다. 

또 수술 전 고지방식을 섭취한 모든 쥐의 해마에서 수술 후 최소 3주간 이어지는 염증성 유전자 발현의 상승도 확인됐다. 

행동신경과학자인 루스 바리엔토스(Ruth M. Barrientos)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건강하지 못한 식사는 비록 단기간이지만 특히 수술에 가까운 시기에 섭취하면 염증반응을 일으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고지방식만으로도 뇌 염증이 다소 증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수술이 단기간에 조합되면 상승 반응이 일어나 장기적인 기억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고지방식 섭취 한 달 전부터 도코사헥사엔산(Docosahexaenoic acid, DHA) 보충제를 쥐에게 투여하면 수술 후 염증반응이 완화돼 고령 쥐와 젊은 쥐 모두에서 기억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DHA는 고등어와 정어리 등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하게 함유된 필수 지방산으로, 최근에는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에 포함되어 있다. 

바리엔토스 교수는 "DHA는 이런 변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 발견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수술이 예정된 상태에서 식생활이 건강하지 않다면 DHA가 기억력 결손의 유효한 예방책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