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담수화' 기술이 물 부족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2024-05-17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바다는 지구 전체 표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지구 전체 물의 97%를 담고 있다. 지구에 이처럼 풍부한 물이 존재함에도 일부 지역은 물 부족과 가뭄 등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지구의 담수는 3%에 불과하다. 이 3%도 대부분은 빙하(2.15%) 등으로 현재 마실 수 있는 물은 강과 호수(0.03%), 지하수(0.62%)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양한 문제로 대규모 실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과학 유튜브 채널인 '프랙티컬 엔지니어링(Practical Engineering)'이 해설했다.  

※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Desalination):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바닷물에서 염분 등 용해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음용수·생활용수·공업용수 등을 확보하는 일련의 수처리 과정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설비를 해수담수화 설비 혹은 해수담수화 플랜트라고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칼스배드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는 하루 2만3000입방미터(㎥)의 담수를 생산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프랙티컬 엔지니어링(Practical Engineering)' 유튜브 영상 캡처-이하 동일  

일반적인 정수 플랜트는 강과 호수의 물을 정화하지만, 칼스배드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바다에서 직접 물을 길어 올린다.

칼스배드 외에도 세계적으로 1만 8000개 이상의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가동되고 있으며, 수산업에서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세계 물 수요의 1% 미만의 물만 생산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이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염분 농도는 35퍼밀(‰)이다. 1퍼밀은 바닷물 1000g 속에 1g의 염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용해 고형물이 10퍼밀을 초과하는 식수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기 위해서는 물속의 염분을 98% 이상 제거해야 한다.

염분 제거에는 액체를 가열해 발생한 기체를 식혀서 다시 액체로 만들어 모으는 증류가 사용된다. 영상 속 프랙티컬 엔지니어링 실험에서는 해수 증류로 약 200밀리리터(㎖)의 담수 생성에 약 2시간이 걸렸으며, 1킬로와트시(kwh)의 전력량을 필요로 했다. 

미국 가구당 하루 물 소비량은 약 1100리터로 알려져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증류장치로 이 정도의 물을 생산할 경우 장치 가동에 6000킬로와트시의 전력량이 필요해, 한 가구분의 물을 만드는 데만 하루 800달러(한화 약 108만원)의 전기료가 발생한다. 

또 해수를 증류하면 담수화될 때 발생한 소금이 퇴적된다. 퇴적물은 열전도율이 낮아 끓는 효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대규모 담수화 플랜트에서는 수작업으로 퇴적물을 제거하기 어렵다. 

이에 중동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는 끓는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강제 증발을 일으켜 소금의 퇴적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플래시 에바포레이터(flash evaporator)' 프로세스가 이용되고 있다. 

플래시 에바포레이터에서는 수용액이 얇은 막의 장벽을 통해 확산되는 '침투' 현상이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침투에서는 저농도 수용액이 고농도 수용액으로 끌어 당겨진다. 하지만 담수화 시에는 대기압의 수십 배 압력을 가함으로써 이 과정을 역으로 바꿀 수 있다. 

플래시 에바포레이터를 이용한 담수화는 증류 기반의 담수화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프랙티컬 엔지니어링이 진행한 실험에서 1리터의 담수를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은 약 5분이었다. 일반적인 선박은 이 담수화 프로세스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담수화 공정도 증류와 마찬가지로 대규모화가 어렵다. 프랙티컬 엔지니어링은 그 이유에 대해 "1입방미터(㎥)의 해수를 담수화할 때 필요한 전력량은 약 100킬로와트시(kwh)로 하천의 정수화보다 방대한 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수에는 염분뿐만 아니라 오염물질·부유식물·유기물 등도 포함돼 있어 그대로 담수화할 경우 장비가 손상될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는 공정 처음에 염분 이외의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여기에도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소요된다. 

전처리 과정이 충분해도 담수 생성을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정기적 세정을 거쳐야 하고, 최종 생성된 담수에 미네랄과 소독제 등을 첨가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플래시 에바포레이터 기반 해수담수화로 생긴 소금은 물에 농축되지만, 염분 농도가 높은 수용액을 그대로 바다로 되돌려 처리하면 해저 근처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다수 플랜트에서는 디퓨저를 사용해 염분을 함유한 수용액을 확산시켜 희석 속도를 높이거나, 발생한 수용액을 발전소 냉각라인이나 배수 등 다른 경로에서 사용한 물과 섞어 방출하기 전에 희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