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숙취해소제 등장...위장에서 알코올 분해

유청 단백질에 철·금 혼합한 겔 형태 알코올 분해제 위장에서 알코올 분해해 숙취원인 '아세트알데히드' 발생 방지 동물실험서 5시간 뒤 혈중 알코올농도 50% '뚝'

2024-05-16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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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알코올이 가진 긴장 완화 효과 등으로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적당량의 음주에도 뇌 영역이 줄어들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고, 캔맥주 절반의 적은 양이라도 반복되면 뇌 부피가 감소해 노화를 부른다는 연구결과 등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위장에서 알코올을 분해함으로써 혈중알코올농도를 최대 50% 이상 줄일 수 있는 유단백질(milk protein) 기반 알코올 분해 물질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Nanotechnology

알코올의 유해성을 완화하는 중화제 연구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작용이 복잡하고 효과가 낮아 알코올 대사로 발생하는 독성 부산물 '아세트알데히드'의 축적이 불가피하다는 과제가 있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숙취의 대표 증상인 두통과 구토 등을 유발한다. 

이에 스위스연방공대(ETH Zurich)의 라파엘 메젠가(Raffaele Mezzenga) 교수 연구팀은 경구 섭취를 통해 위장 내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겔(Gel) 형태의 물질을 발표했다. 

주성분은 일반 유청 단백질(베타-락토글로불린·β-lactoglobulin)에 철분과 금 입자를 첨가한 것이다. 유청 단백질을 장시간 가열해 소금과 물을 첨가하면 겔로 변해 소화가 어려워지지만, 여기에 촉매로 철분을 첨가하면 알코올과 철이 반응해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변환된다. 

이 반응은 매우 느려 그동안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졌다. 연구팀은 철의 나노입자가 아닌 단백질 피브릴(fibril) 형태에 철 원자를 결합시키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효율적인 알코올 분해를 실현했다. 또 해당 반응에는 미량의 과산화수소가 필요한데, 금을 이용해 포도당과 금 나노입자가 반응해 과산화수소가 발생하도록 했다. 

아래가 연구팀이 개발한 알코올 분해제의 작용 원리다. 술과 겔을 동시에 섭취하게 되면 위장 속에서 알코올이 직접 아세트산으로 변환된다. 알코올이 간에 흡수되기 전에 작동하기 때문에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때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지 않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Nanotechnology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결과, 알코올을 마신 지 30분 후 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40% 감소했고, 5시간 후에는 대조군에 비해 알코올 농도가 56%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축적이 억제됐고 혈액검사에서 간 스트레스 반응도 크게 감소했다. 또 연구팀에 따르면 10일간 매일 알코올과 겔을 투여한 실험에서 간뿐만 아니라 장과 비장 등의 손상도 적게 나타나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상품화를 내다보고 이미 알코올 분해물질의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메젠가 교수는 "술은 일절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하지만 음주를 하더라도 몸에 부담을 줄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겔은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람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주성분인 유청단백질 피브릴이 식품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상용화는 시간문제라고 연구팀은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