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최강' 태양 폭풍...세계 각지서 오로라 목격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태양에서는 종종 '태양 플레어(태양 폭발, Solar flare)' 등의 활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자파나 입자선 등이 지구 근방으로 방출되는 '태양 폭풍(Solar storm)'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3년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하면서 11일(현지시간) 전 세계 곳곳에서 형형색색의 오로라가 나타났다.
◆ 21년 만의 초강력 ‘태양 폭풍’ 등장
태양에서 분출된 플라즈마는 플러스 전하를 가진 양자와 마이너스 전하를 가진 전자의 덩어리다. 플라즈마 덩어리가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해 오로라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 현상을 일으키지만 더 강해지면 지구상의 전기 시스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태양폭풍: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며 표면에 있던 높은 에너지의 플라즈마 입자가 우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지구의 자기권이 막아 주지 않으면 폭발로 생성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의 대기를 벗겨 낼 수도 있다.
다행히 이번 태양 폭풍은 당초 우려됐던 대규모 정전 등 심각한 피해는 없었으며, 일부 지역에서 전력망과 통신 등에 작은 혼란만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10일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날까지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지자기(Geomagnetic) 폭풍이 계속됐다.
앞서 우주기상예측센터는 G5 등급의 지자기 폭풍이 지구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 지자기 폭풍 규모는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나뉘며 단계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규모는 약 10배 강해진다. G5 등급의 지자기 폭풍이 지구를 강타한 것은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 오로라, 세계 곳곳서 동시 출현
지자기 폭풍이 발생하면 오로라의 활동 영역이 넓어져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해 중국·독일·스위스·영국·스페인·뉴질랜드 등에서 오로라가 관측됐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전하를 띤 입자인 플라스마'가 고층대기의 기체들과 충돌하여 빨강·파랑·노랑·보라·분홍 등 빛을 내는 현상이다.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대기로 낙하하는 하전 입자들(주로 전자)이 대기 중 원자 혹은 분자들과 충돌하면 이들이 들뜬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들뜬 기체들이 원래의 바닥 상태로 돌아가면서 빛을 방출하게 된다.
◆ 대규모 '태양 폭풍'이 몰려오면 어떻게 될까?
한편, 태양 폭풍은 지구 상층 대기에 대량의 우주선(cosmic ray)을 방출하기 때문에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 14를 생성한다. 그 때문에 긴 세월을 거쳐 쌓인 남극 얼음에 포함되는 탄소 14의 함유량 등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에 태양 폭풍이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기록으로 남은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은 1859년 9월 1일이다. 세계 각지의 전산 시스템의 대규모 고장을 일으켜, 무려 22만 5000㎞에 이르는 전산망이 마비되고 전신국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관측자인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서 '캐링턴 이벤트'라고 불린다.
조사에 의하면 캐링턴 이벤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태양 폭풍은 774년경에 발생했으며, 774년경 발생한 태양 폭풍은 탄소14의 증가량이 캐링턴 이벤트의 10배 이상에 달해, 지자기 폭풍 규모로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993년경에도 774년의 60% 수준의 태양 폭풍이 발생했다.
남극 얼음 샘플 분석 결과, 캐링턴 이벤트급 태양 폭풍은 평균적으로 500년에 한 번 정도 비율로 발생한다.
캐링턴 이벤트 이상이 되면 태양 폭풍은 유도전류를 발생시켜 대규모 정전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태양 폭풍에 의한 유도전류로 고장이 날 수 있고, 고주파 통신시스템과 해저 케이블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특히 자동차·비행기·휴대폰 등 다양한 교통 및 통신 단말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GPS가 큰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이 전기 이상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된 현대에는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커뮤니티 활동이 완전히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
태양은 약 11년 주기로 활동이 활발해지거나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는 활발한 시기에 해당한다. NOAA는 "G5 등급이었던 지자기 폭풍이 G2~G3 수준으로 약화돼, 14일에는 G1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