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바이러스가 동물 공격"...동물발 전파의 2배

2024-05-07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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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박쥐·쥐·새 등 동물에서 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불안감을 갖게 된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 바이러스 게놈(유전체·genome)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패턴'보다 '사람에서 동물로 감염되는 패턴'이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cology & Evolution

현대 사회를 위협하는 신흥 감염증 대부분은 동물 체내를 순환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인수공통감염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람에게서 동물로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공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200만개의 바이러스 게놈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약 6만 개의 염기서열을 찾아내 32개 바이러스 계열을 만들었다. 이후 바이러스 진화와 숙주의 이동에 대한 역사를 재구성하고 바이러스 게놈의 어느 부분이 숙주 이동 중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바이러스의 새로운 숙주동물 적응(종간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사람에서 그 밖의 동물로의 감염'이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감염'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패턴은 분석 대상인 대부분의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 인간은 어디까지나 바이러스 감염 동물의 일종이자, 대규모 숙주 네트워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특정된 추정 종간 이동의 81%는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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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저자인 프랑수아 발루(Francois Balloux)) UCL 교수는 "우리는 인간을 인수 공통 감염병의 피해자가 아니라, 병원체를 끝없이 교환하는 광대한 숙주 네트워크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동물과 사람 사이의 바이러스 확산을 조사·감시함으로써 바이러스 진화를 보다 잘 이해하고, 미래 신흥 감염병 발생과 유행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논문 최대 저자이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세드릭 탄(Cedric C. S. Tan)은 "사람이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종의 보전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 사례처럼 유행을 막기 위해 가축을 대량처분하면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