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에도 조류가 살아남은 비결은?

2024-05-02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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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무려 1억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백악기를 끝으로 약 6천6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학계에서는 지름 약 14㎞에 달하는 거대한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공룡을 비롯해 많은 생명을 앗아간 직접적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소행성은 현재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고, 이 여파로 지름 180km·깊이 30km의 거대 ‘칙술루브 크레이터’(Chicxulub crater)가 생성됐다.

공룡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비둘기·펭귄과 같은 조류의 조상은 백악기 말 멸종에서 살아남았다. 그 비결에 대해 과학 매체 스미소니언 매거진(Smithonian Magazine)이 해설했다. 

조류의 조상은 약 1억 5000년 전 쥐라기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조류는 깃털을 가진 작은 맹금류와 공룡에서 진화한 '시조새' 등이었으며, 이후 8000만 년의 시간을 거쳐 치아가 있고 헤엄치는 넓적부리황새, 큰 부리를 가진 새 등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이물질들은 대기 중으로 빠르게 방출돼 지구를 뒤덮어 캄캄한 암흑천지가 왔고 지구 전체에 혹독한 겨울이 닥쳤다. 바로 이어진 뜨거운 여름과 강한 산성비와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 지구 생명의 75%가 사라진 대량 멸종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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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는 이 재앙에서 살아남아 백악기 이후의 신생대에서도 번영을 이어갔다. 로열 BC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데릭 라슨 박사는 "비조류 공룡과 익룡이 멸종하는 가운데 부리를 가진 현대형 조류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 멸종에서 살아남은 조류 대부분은 치아가 없고 부리를 가진 종이었다. 일부 조류는 시조새에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치아가 퇴화해 소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화 과정에서의 치아 소멸에 대해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그레이스 매서 교수는 "과거에는 날아오를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부 치아가 있는 조류도 강력한 비행능력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가설은 뒤집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가설은 '조류는 초식성이 되면서 부리를 진화시켰고, 그 결과 치아가 상실됐다'는 것이다. 원시조류는 곤충과 그 외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이빨이 있었지만, 그 후 과일이나 씨 등을 쪼는 조류가 발전했다. 백악기 말 치아가 없는 조류는 치아를 가진 조류보다 훨씬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대량 멸종 당시 환경 변화에 따라 먹이의 수는 급감했다. 이 결과, 많은 동물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빨이 없고 부리를 가진 조류는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충분한 먹이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원시조류 일종인 '베가비스(Vegavis)'는 멸종을 맞이해 치아가 없고 부리가 있는 것만으로는 대량 멸종에서 살아남은 원인을 규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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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조류는 치아가 없고 부리가 있으며, 딱딱한 씨앗을 으깨버릴 수 있는 강력한 '모래주머니(사낭·Gizzard)'를 가진 조류다.

앞선 연구를 통해 오리·앵무새·닭에 가까운 조류가 대량 멸종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살아남은 종들이 이후의 진화를 이어가, 뇌 크기는 유지한 채 몸길이가 작아졌다. 그 결과, 몸에 비해 큰 뇌를 갖게 되면서 지능 향상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