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일본에 뺏길 위기…주요 쟁점은?

2024-04-30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라인야후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라인야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네이버가 라인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인수 협상에 나서면서 네이버가 일본 국민메신저로 키운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에서 촉발된 보안 우려가 일본 정부의 개입 속에 '경영권 찬탈'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 日, '라인' 찬탈?..개인정보 유출 빌미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 앱으로 불린다. 월간활성사용자(MAU) 9600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약 80%가 라인 이용자다.  

2023년 11월 라인에서 일본 국민 개인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총무성은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지분 관계의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한국 플랫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소프트뱅크

산케이신문은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자본 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네이버에 대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의 배경이라고 판단해, 이를 포함한 네이버와의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행정지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0월 야후와 합병한 라인은 원래 한국 IT 기업 네이버의 일본법인으로 설립됐다. 현재도 자본·업무상의 관계는 긴밀하며, 사내 시스템으로 사원 권한을 관리하는 인증 기반은 일부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양사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에이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2019년 말 합병에 합의하고 2021년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면서 '공동 경영권 행사'에 동의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라인야후 자료를 토대로 데일리포스트 재가공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의 지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을 강제로 매각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에이홀딩스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 이례적인 기업 경영 간섭에 당혹..한일 관계 ‘발목’ 우려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완 강화 등 조치 사항을 전달하고 벌금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내에서도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일 경제 교류를 비롯해 최근 외교 관계 개선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한국 정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반 기업이 요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네이버 역시 보안 강화와 지분 관계 재검토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라인야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엄격한 행정지도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대응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도 일본 정부의 대응이 반시장적인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우방국 기업의 경영 침해는 지나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HK 

한편, 한국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황에 따라 필요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는 지난 27일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에 이어 과기정통부는 29일 "네이버와 (해당 사안과) 관련해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누리꾼은 야후 재팬 내 게시물에서 ▲"애초에 반일교육을 받은 나라의 기업이 개발한 앱이 일본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통신 앱으로 보급된 것이 문제다" ▲ "안보 문제와 일본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당연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업자득. 서버는 일본에 두고 일본 주도로 관리해야 한다" 등의 견해를 공유했다. 

최근 각국에선 자국 내 해외 플랫폼 업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 의회는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미국 사업권의 강제 매각을 담은 법안을 제정했다. 일본도 표면상으로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해외 플랫폼인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을 통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