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26년 1.6nm 공정 양산' 선언...속내는?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대만 TSMC가 4월 24일 개최된 기술 심포지엄에서 2026년 하반기부터 1.6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A16'을 통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와 삼성전자 모두 2025년 2nm, 2027년 1.4nm 공정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업계가 예상치 못한 1.6nm 중간 로드맵을 깜짝 공개한 셈이다.
◆ 삼성-인텔 견제용 중간 로드맵 A16 공개
A16은 TSMC가 이미 생산 중인 3nm 공정의 'N3E'와 2025년 후반 도입할 2nm 공정의 'N2'에 이은 차세대 프로세스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예정보다 앞서 A16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덕분이다. 해당 공정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출시한 차세대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16은 TSMC의 최첨단 '나노 시트 트랜지스터'를 적용했다. 이는 기존 핀펫(FinFET) 트랜지스터보다 우수한 전기적 특성과 제어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TSMC 자체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인 슈퍼 파워 레일(Super Power Rail, SPR)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SPR은 칩 뒷면에 전용 전력 레일을 배치함으로써 전력 공급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복잡한 신호 회로가 필요한 설계에 유리하다.
A16은 고밀도 전력 공급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AI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칩에도 적합하다. TSMC에 따르면 2nm의 N2P 공정과 비교해 A16은 ▲동일 VDD(전원 전압)에서 8~10%의 속도 향상 ▲같은 속도에서 15~20%의 소비 전력 절감 ▲데이터센터 제품에서는 최대 1.10배의 칩 밀도 향상도 가능하다.
◆ 파운드리 주도권 싸움 격화
TSMC가 기존에 없던 1.6nm 공정을 이번에 깜짝 발표한 것은 꾸준한 AI 수요 속에 격화되고 있는 미세공정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1위의 TSMC가 앞으로도 경쟁사에 밀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재 5nm 이하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한 것은 TSMC와 삼성전자 정도다.
여기에 인텔이 2024년 말부터 1.8nm 공정 생산과 2027년 1.0nm 계획을 선언했다. 그러나 2~3nm를 건너뛰고 바로 1nm 공정에 도전장을 내민 인텔이 안정적 수율까지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 2위 삼성전자는 2025년 2nm, 2027년 1.4nm 공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2nm는 모바일 중심으로 2025년 양산하며,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 2027년 오토모티브 공정으로 범위를 순차 확대한다. 개발 속도 측면에선 TSMC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은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최첨단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기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6nm 공정 계획은 아직 밝힌 바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TSMC의 1.6nm 공정 발표는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TSMC는 AI 열풍에 따른 데이터 전송의 폭발적인 증가를 지원하기 위해 COUPE(Compact Universal Photonic Engine)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TSMC는 COUPE를 기반으로 HPC(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 우수한 실리콘 포토닉스 칩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COUPE는 2026년 CoWoS와 통합되어 CPO(Co-Packaged Optics)로 제공될 예정이다.
파운드리 첨단 공정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가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PC, 모바일 단말, 자동차, 사물인터넷까지 가동되는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 TSMC는 고객의 AI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포괄적인 기술을 제공한다. 그것은 세계 최첨단 실리콘부터 폭넓은 선진 패키징과 3D IC 플랫폼 포트폴리오, 나아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통합하는 특수 기술까지 포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