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잔 어때?"...음주습관 비슷한 부부, 더 오래 산다

2024-04-29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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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비록 적당량이라도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에 백해무익이라고 여겨지는 술이지만 50세 이상의 결혼 또는 동거 중인 커플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음주습관이 비슷한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더 오래 산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노화학(The Gerontologist)에 발표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Gerontologist

1998년 연구에서 처음 제창된 '음주 파트너십(drinking partnership)'은 유사한 음주습관이 부부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개념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어느 한쪽이 상대보다 훨씬 많이 술을 마시는 부부는 갈등과 고통이 늘고, 음주습관이 비슷한 부부는 갈등이 줄어 결혼 생활이 길어지는 경향이 시사된 바 있다. 

그러나 부부간의 음주 패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 미시간 대학 키라 버디트(Kira Birdit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부부 혹은 동거 커플의 음주습관이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는 미시간대 사회 조사 연구소가 실시한 HRS(Health and Retirement study:건강과 퇴직 관련 조사) 데이터가 이용됐다. HRS는 미국 5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의료·주택·자산·고용·장애 등과 관련해 2년마다 약 2만명에게 인터뷰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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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996~2016년 사이 최소 3차례 HRS 인터뷰에 응답한 기혼 또는 동거 상태 커플 4656쌍(93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는 지난 3개월간 술을 마셨는지, 마셨다면 일주일에 며칠, 몇 잔 정도 마셨는지 등의 질문에 응답했다. 

분석 결과, 지난 3개월 동안 술을 마셨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약 60%, 여성은 50% 미만이었다. 또 커플의 음주습관과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3개월간 양쪽 모두 음주한 커플'의 사망 위험은 '둘 다 음주하지 않은 커플'이나 '둘 중 한 명만 음주한 커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커플 양쪽의 음주량이 너무 많거나 아예 없는 경우보다 경도 또는 적당한 음주량일 때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양쪽 모두 술을 마신 커플에 비해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은 커플은 사망 위험이 24% 높았고, 둘 중 한 명만 술을 마신 경우 사망 위험은 15%에서 33%까지 증가했다. 

이는 유사한 음주습관을 가진 커플은 음주습관이 불일치하거나 금주하는 부부보다 생존율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연구팀은 커플 간 음주습관의 일치가 사망률 저하와 관련성을 보이는 이유는 불분명하며 결코 술을 더 많이 마시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당부했다.  

버디트 교수는 "다른 연구에서도 함께 음주하는 커플은 관계의 질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커플 간 음주습관 일치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친밀함·관계 만족도 등의 요인을 반영할 수 있고, 이것이 결국 수명 연장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