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순서가 뒤쪽일수록 성적이 낮아진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채점자가 연속적으로 과제를 평가하면 뒤로 갈수록 낮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이 대학의 3000만 건 이상의 성적 평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알파벳 순으로 뒤에 나열된 이름의 학생은 앞에 나열된 학생에 비해 평균 0.6점 정도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채점 순서가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A, B, C, D, E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적으로 0.3점 높았으며, 반대로 U, V, W, X, Y, Z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학생들은 평균 0.3점 낮은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성씨(姓氏)가 알파벳 순 뒤쪽에 위치한 학생은 교수진으로부터 현저하게 부정적인 코멘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고, 성적이 발표된 후 질문을 하거나 재평가를 요청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처음에 평가를 받을수록 점수가 높고, 뒤로 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육기관 대부분이 성씨 순으로 채점을 하고 있어 이름에 따른 편중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채점자는 많은 과제를 채점할수록 오류를 발견하는 능력이 향상되거나, 장시간 몰두해 지쳐서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작위 채점으로 바꾸면 이름에 의한 편중은 줄어들고, Z에서 A로 역순으로 채점하면 A쪽이 점수가 낮아졌다.
연구팀의 헬렌 왕 박사는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편향이 채점자의 무의식중에 일어나고 그것이 실제로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0.6점의 점수는 작을 수 있지만 평균 점수와 학부 성적, 나아가 유급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쏠림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해결책은 채점 순서를 무작위로 바꾸는 것이고 평가 대상이 많다면 채점자를 증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