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후 '장내 세균총' 교란, ADHDㆍ자폐증 위험 높여

2024-04-12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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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생후 몇 년간의 '장내 세균총'(bacterial floraㆍ장내 미생물 집단)의 교란이 자폐증과 ADHD 등 신경발달장애(ND) 진단과 관련이 있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리셰핑대와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1만6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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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997년부터 1999년에 태어난 스웨덴 거주 1만6440명을 출생부터 20대까지 추적 조사했으며, 그중 7.3%인 1197명이 신경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장 과정 동안 여러 차례 실시된 조사에서 여러 생활방식과 환경요인을 파악하고, 일부 참여자에 대해서는 제대혈 성분과 1세 시점의 대변 세균을 분석했다. 

연구팀의 조니 루드빅슨(Johnny Ludvigsson) 리셰핑대 교수는 "자폐증이나 ADHD 발병 아동과 일반 아동 사이에는 생후 1년 시점의 장내 세균총에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1세까지 항생 물질 치료 등 장내 세균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과 이들 질환의 위험성 증가와의 연관성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후 1년차에 중이염을 반복적으로 앓은 아이는 이후 발달 장애 진단 확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항생제 치료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생물질 치료로 장내 세균총의 조성이 흐트러져, 시트로박터(Citrobacter) 혹은 코프로코쿠스(Coprococcus)에 속하는 상주성 미생물(resident flora)이 사라진 영향이 발병에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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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에서도 장내 세균총이 항생제 치료 시 제1형 당뇨병 및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계 관련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논문 최대 저자인 안젤리카 아렌스(Angelica P. Ahrens) 플로리다대 박사는 "일부 장내 미생물(Coprococcus·Akermansia muciniphila)은 비타민B와 뇌 신호전달 통제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전구체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의 경우 이러한 세균의 결핍이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어 연구팀은 탯줄 혈중에 포함된 지방산과 아미노산 등 체내 대사 물질의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은 제대혈에 몇 가지 지방산의 양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하나인 리놀렌산(Linoleic acid)은 항염증 작용을 하며 뇌 속에서 다른 다양한 효과를 가진 오메가3 지방산의 생성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신경발달장애 진단 그룹은 대조군보다 유기불소 화합물(PFAS)의 혈중량이 많았다. PFAS는 분해가 매우 어려워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며 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장내세균총의 불균형과 신경발달장애 발병 연관성이 스웨덴 아동 외에 다른 집단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장내세균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고려하더라도 미래 신경발달장애 진단과의 연관성이 확인된다. 장내세균이 신경발달장애 조기 발견의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