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당뇨병 발병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져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존 연구를 통해 우울증과 제2형 당뇨병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으며, 2형 당뇨병 환자는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활동량 저하로 인해 생활습관병으로 이어지는지, 반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에 주목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우울증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라는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이번 논문은 미국 당뇨병 협회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에 발표됐다.
우울증과 제2형 당뇨병은 ▲피로감 ▲수면시간 이상 ▲집중력 저하 등 공통된 증상을 보인다. 그동안 우울증과 제2형 당뇨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혹은 다른 요인이 두 질병의 공통된 원인이 되고 있는지 불분명했다.
이에 영국 서리대학 잉가 프로펜코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를 단서로 질병의 위험인자를 조사하는 '멘델 무작위 분석법(Mendelian randomisation)'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멘델 무작위 분석법은 특정 질병의 환경적 위험 인자와 이와 연관성을 보이는 유전자 변이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연구 방법이다.
연구팀은 영국과 핀란드 의료 데이터베이스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9344명 ▲우울증 진단 환자 5262명 ▲우울증 증세를 자진 신고한 사람 15만3079명의 기록을 추출한 뒤, 유전 정보와 건강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임이 최초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과 우울증 모두에 기여하는 7가지 유전자 변이도 특정했다.
이들 변이는 뇌·췌장·지방조직의 인슐린 분비나 염증과 관련된 것이다. 이 같은 생물학적 과정의 문제가 우울증으로 인한 제2형 당뇨병 위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근거로 (1)제2형 당뇨병에 대한 우울증 영향의 37%는 BMI 수치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2)항우울제가 체중 증가를 일으켜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점 (3)우울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 증가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는 점 등을 꼽았다.
우울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의 기여 원인((contributing cause)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반면, 반대로 제2형 당뇨병이 우울증의 발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두 질환 사이의 간접적 관계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가령 제2형 당뇨병과의 투병 부담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펜코 교수는 "이번 발견은 우울증 환자의 제2형 당뇨병 발병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 검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환자와 의료 제공자 모두에게 중요한 연구결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