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시작한 흡연...그 원인은 ‘뇌’?

2023-08-17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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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춘기 청소년의 뇌를 스캔해 흡연 습관과 대조한 연구를 통해, 흡연 시작 전부터 뇌 특정 부위 용량이 적은 10대 청소년들은 담배에 손을 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communications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워릭대, 중국 푸단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MRI 뇌 스캔과 약물·알코올 사용 등 다양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IMAGEN 프로젝트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뇌 영역과 흡연 습관의 관계를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영국·독일·프랑스·아일랜드 등 유럽 4개국에 사는 건강한 남녀 807명이며, 조사는 대상자가 14세·19세·23세 때 진행됐다. 각 조사 시점에 2회 이상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사람은 흡연자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14세 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뇌 전두전야 왼쪽에 위치한 회백질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전야는 뇌 앞쪽 전두엽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위로 뇌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다. 좌측 전두전야는 의사결정 및 규칙과 관련된 부위이고 회백질은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가 모여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좌측 전두전야의 회백질 감소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사물을 생각하는 기능이 한정되면서 생기는 '탈(脫)억제'로 인해, 충동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니코틴은 뇌에 해롭기 때문에 좌측 전두전야 용량이 적다는 사실만으로는 흡연이 뇌 발달을 저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19세 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흡연 전인 14세 시점에 이미 좌측 전두전야 회백질의 감소 경향을 보였다. 이는 특정 부위의 뇌 크기가 작은 것이 흡연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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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는 동일한 뇌 부위의 오른쪽, 즉 우측 전두전야 용량 감소가 흡연 습관의 지속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19세 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흡연 전인 14세에는 비흡연자와 같은 용량의 회백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측 전두전야의 감소가 흡연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흡연이 오른쪽 전두전야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좌측 전두전야 크기의 감소가 흡연의 시작과 관련성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우측 전두전야는 흡연 지속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볼 때, 연구팀은 니코틴 섭취가 습관화되면서 우측 전두전야가 위축되고 쾌락추구나 자기관리와 관련된 뇌 작용인 쾌락적 동기부여가 영향을 받아 흡연습관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보고 있다. 또 10대부터 흡연을 시작한 사람들은 23세 시점에 우측 전두전야의 회백질 부피가 더 빠르게 감소헀다. 

다만, 우측 전두전야의 회백질 과다 감소는 담배뿐만 아니라 마리화나(대마초) 사용 및 폭음 폭식과도 관련을 보였다. 

논문 제1저자인 푸단대 톈예 지아(Tianye Jia) 박사는 "좌측 전두전야의 회백질 감소는 청소년기 흡연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 또 흡연자는 우측 전두전야의 회백질 과다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 사용 경향을 강화하는 행동과 연관성을 보인다. 우리의 연구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흡연을 시작하고 의존증에 빠지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케임브리지대 신경 심리학자인 트레버 로빈스(Trevor Robbins) 박사는 "흡연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의존성 행동이며 성인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 사춘기에 흡연 습관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입 대상을 좁힐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