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왜 목소리가 변하는 걸까?

2023-07-31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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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좋아하는 가수의 예전 앨범을 오랜만에 듣고 지금과는 다른 음색에 놀란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서서히 바뀌는 이유에 대해 영국 랭커스터대학 교수이자 해부학 전문가인 애덤 테일러(Adam Taylor) 박사가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에 해설했다.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는 입에서 들어오는 공기는 기관으로, 음식물은 식도로 나눠 보내는 후두 상부에 위치해 있다. 성대는 개폐에 필요한 성대근과 성대인대, 이들을 덮고 보호하는 점막의 세 가지 주요 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목소리는 폐에서 배출되는 공기가 통과할 때 성대가 진동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사춘기 전에는 목소리의 남녀 차가 별로 없지만 2차 성징기에 접어들어 호르몬 균형이 달라지면 남녀 간 후두 길이가 변화한다. 남성은 사춘기가 지나면 후두 길이가 약 16mm, 여성은 약 10mm 정도 되고 여성의 경우는 성대가 20~30% 정도 얇아지는 변화도 나타난다.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보다 높은 것은 남성에 비해 성대가 짧고 얇기 때문이다.

또 사춘기가 지난 후에도 호르몬 균형이 목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은 월경 주기에 따라 목소리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Voice(2009)

배란기에는 점액이 많이 분비되어 성대가 잘 보호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란기 여성들이 가장 좋은 목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월경 전에는 호르몬 영향으로 성대가 딱딱해져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Voice(2018)

이에 1960년대 일부 오페라 하우스에서 월경 전 시기 여성은 노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은 배란으로 인한 호르몬 균형의 변동이 적기 때문에 성질의 변동도 적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성대는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변화한다는 실감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대 역시 몸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노화되어 간다. 성대를 포함한 후두 연골은 나이가 들면서 미네랄 함량이 증가해 딱딱해져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30대부터 성대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Forensic and Legal Medicine(2022) 

연골뿐만 아니라 성대를 움직이기 위한 근육도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며, 인대나 주변 조직도 유연성을 잃어간다. 또 성대를 보호하는 점액을 생성하는 분비선이 감소하고 폐활량 저하로 인한 공기 배출량 감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사람 목소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해가는 것이라고 테일러 박사는 설명했다. 

성대는 대부분의 사람이 거의 유사한 노화 과정을 거치지만 특정 라이프스타일이 성대에 손상을 줄 위험을 높여 결과적으로 성질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가령 흡연이나 알코올은 목의 부분적 염증을 일으켜 성대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고, 후두염 치료에 사용되는 흡입스테로이드제·항응혈제·근이완제 등 약물의 영향으로 성대 손상이 일어나 목소리가 바뀔 수도 있다. 또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가수나 교사 등은 성대에 가해지는 지속적이고 강한 자극으로 성대 폴립이 발병하거나 목소리나 음역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테일러 박사는 "노화에 따른 성대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성대를 계속 사용해야 성질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많은 가수가 노래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나이에 따른 목소리 변화가 현저히 적은 것은 그 때문일 수 있다. 노래와 낭독은 성대의 쇠퇴를 늦추는 충분한 운동이 된다. 이와 함께 성대 관리도 중요하다. 수분 보충을 게을리하지 않고 알코올이나 담배 섭취를 삼가야 성대가 쇠약해지고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