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이유? 비결은 '특수한 날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펭귄(penguin)'은 조류지만 하늘을 날지는 못한다. 대신 바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종횡무진 누빌 수 있다. 남극 주변에 서식하는 젠투(Gntoo) 펭귄은 최고 시속 35km로 헤엄칠 수 있다.
중국과학원과 태국 랏끄라방 왕립공과대 연구팀이 펭귄 날개를 유체역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펭귄의 뛰어난 수영 능력은 신속하게 움직이는 날개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미국물리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게재됐다.
펭귄은 육지에선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수중에서는 속도와 기동성 모두 갖춘 움직임으로 능숙하게 헤엄친다. 펭귄의 날개는 공중을 날기 위한 구조가 아닌,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지느러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수생생물은 물속 추진력을 위해 노를 젓는 형태의 '로잉(rowing)'이나 날개를 상하로 움직이는 '플래핑(flapping)' 움직임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항력을 이용하는 로잉은 저속의 움직임에 적합하고, 양력을 이용하는 플래핑은 고속 움직임에 적합하다.
펭귄 날개는 하늘을 나는 새보다 짧고 평평하며, 푹신하지 않고 비늘처럼 가는 모양으로 덮여 있다. 치밀하게 밀집된 비늘 모양의 날개 덕분에 피부와 물 사이에 공기를 모으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수영에서 저항이 되는 수중 마찰과 난류를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펭귄이 헤엄치는 영상과 2D 모션 분석을 결합해 날개 주위의 복잡한 힘과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유체역학적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펭귄 날개가 어떻게 수중에서 추진력을 만들어 내는지 조사했다.
유체역학적 모델에는 ▲날개 움직임에 의한 추진력·양력·횡방향 힘 등의 파라미터 ▲유체 점도나 속도 관련 파라미터 등이 포함됐다. 또 날갯짓 속도나 전진 속도 비율을 사용해 날개 움직임을 모델링하고 진행 방향에 대한 날개 각도로 구성된 '추력각(angle of thrust)'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적용했다.
분석 결과, 펭귄은 물속을 헤엄칠 때 양력 기반의 추진력을 이용하며 '페더링(feathering)'이라는 움직임이 강력한 추진력의 비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페더링이란 항공기가 프로펠러를 비행 방향에 수직으로 향하게 만들어 항력을 최소화하고 활공비(Glide Ratio)를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날개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페더링을 통해 펭귄은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펭귄 수영의 ▲출발·제동 ▲가속·감속 ▲ 선회와 같은 뛰어난 유영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날개 덕분이다. 날개의 능력으로 펭귄은 물속에서 추진력과 기동력을 발휘하고 육상에서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펭귄 수영 능력에 대한 물리적 규명을 넘어, 수중에서의 효율적인 추진방법을 개발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첨단 수상 차량이나 수중 탐색 로봇 등을 구축하기 위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