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황현주 기자] 그리스 정부가 최근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그리스의 채무 유예 시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16일(현지시각)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스저널(WSJ) 등에 따르면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라가르드 총재는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30년건 IMF 이사회는 채무 상환 유예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채무 상환 유예를 요청한 선진국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고, 그리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고 발언했다. 이어 라가르도 총재는 그리스가 채무를 늦추는 것은 재융자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도 총재가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그리스 관료들이 비공식적으로 IMF에 채무 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FT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FT는 IMF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 관료들이 5~6월 상환해야 하는 26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유예하는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리스는 다음달 1일까지 IMF에 2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12일에는 총 7억5000만유로를 추가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라가르도 총재의 발언을 통해 그리스가 재앙이 한 층 더 가깝게 들어섰음을 예측했다. 그리스는 그동안 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국제채권단 ‘트로이카’에 빌린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그리스는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경제 개혁안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72억유로의 구제금융 분할금을 지원받는 데 합의했다. 유로존은 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말한다.


그리스는 오는 24일 개최되는 유로그룹 회의 전까지 경재 개혁안을 승인 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 경제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EU의 요구대로 강도 높은 연금?노동시장 개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데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탓을 하며 그리스의 희망이 점점 현실성을 잃어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S&P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S&P는 다음달 중순까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합의가 없으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