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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파킨슨병은 손떨림이나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나는 신경변성 질환으로 증상이 진행되면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서 생활하게 되는 심각한 질병이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점진적으로 서서히 진행되고 스스로 증상을 감지하기도 어렵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연구팀이 파킨슨병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혈액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 징후를 찾아내는 획기적인 AI 도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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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세포 대사체(metabolite)를 분석하는 메타볼로믹스(Metabolomics) 실행을 위해, 신경망을 이용해 질량 분석에 기반한 분류 및 랭킹 분석을 실행하는 AI 도구 'CRANK-MS'를 개발했다.

다이애나 장(Diana Zhang) 연구원은 "메타볼로믹스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통계적 접근법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대사체가 대조군과 비교해 더 중요한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특정 분자에 대한 상관관계를 조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사체가 다른 대사체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머신러닝을 채택했다. 수백~수천에 달하는 대사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AI를 활용해 밝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럽인의 암과 영양에 대한 전향적 연구(EPIC)' 일환으로 스페인에서 수집된 혈장 샘플을 이용했다. 샘플 수집 15년 이내에 파킨슨병이 발병한 39명과 일반인 39명의 대조군을 파악하고, 각 혈장 샘플을 'CRANK-MS'를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팀의 알렉산더 도널드(Alexander Donald) 뉴사우스웨일즈대 교수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대사체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화학적 특징의 수를 줄인 뒤 알고리즘에 입력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 정보를 'CRANK-MS'에 보냈다. 이를 통해 모델 예측치를 확보하고 어떤 대사체가 가장 예측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했다. 즉, 기존 접근법으로는 간과될 가능성이 있는 대사체를 놓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CRANK-MS'는 혈장 샘플 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파킨슨병을 96% 정확도로 예측했다. 몇 년 뒤 파킨슨병의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위험을 특정해 발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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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의 혈장 내에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라는 화합물의 농도가 대조군에 비해 낮았다. 트리테르페노이드는 산화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신경보호재 역할을 하며, 사과·올리브·토마토 등의 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킨슨병 발병자의 혈장 내에는 환경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Poly- and perfluoroalkyl substance, PFAS)'이 더 많았다. PFAS는 분해가 극히 어려워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며 인체 유해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교수는 "파킨슨병에 PFAS가 관여한다는 증거는 있지만 100% 확신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파킨슨병은 안정 시 손 떨림 등 신체적 증상으로 진단되며, 파킨슨병 자체 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나 임상검사는 없다.

하지만 수면장애나 사물에 대한 무관심 등 일부 비정형 증상은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에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CRANK-MS'를 비정형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게 사용하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널드 교수는 "이번 실험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CRANK-MS' 사용 확대 전에 대규모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결과는 매우 유망하고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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