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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구글이 최근 산업용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스마트 글래스인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Google Glass Enterprise Edition)'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지원 업무도 2023년 9월 15일부로 종료할 방침이다. 

구글은 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CNBC는 글로벌 IT기업 최초의, 그리고 지금도 가장 인지도 높은 스마트 글래스의 종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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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버시·저작권 침해 등 물의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이름 그대로 법인용으로 산업 분야 보급을 목표로 개발된 AR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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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신은 구글이 2012년에 첫선을 보인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개발 프로젝트다. 2013년 구글은 개발자 전용 시제품을 출시했고, 2014년에는 이 시제품을 1500달러에 판매하는 조기 도입 프로그램을 확대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제공했다.

하지만 구글이 야심찬 도전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특히 탑재된 카메라로 남몰래 주위를 촬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레스토랑이나 술집 등에서 착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영화관 등에서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결국 구글 글래스는 높은 가격과 개인정보보호 및 안전 문제 등으로 2015년 1월 판매가 중단됐다.

◆ 소비자용에서 산업용으로 부활 

구글은 2015년 구글 글래스의 조기 도입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별도 부문으로 이관했다. 그 2년 뒤 등장한 것이 앞서 말한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다.

2017년 출시된 법인용은 기존 구글 글래스에 비해 ▲프로세서 파워 향상 ▲길어진 베터리 지속 시간 ▲카메라 성능 강화 ▲동영상 촬영을 표시할 수 있는 녹색 라이트 기능 등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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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도는 제조, 물류, 의료 등 산업분야의 정보표시 및 작업 지시이며 작업 현장에서 투과형 디스플레이에 비친 각종 정보를 보면서 작업하거나 작업자가 보고 있는 장면을 다른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시하는 것이다.

구글은 당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폭스바겐, 미국 보잉과 물류업체 도이치포스트 DHL, 의료기관 셔터 헬스(Sutter Health) 등이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를 도입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구글의 차기 주력 분야는 '대화형 챗봇'

구글이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판매 종료를 선언했지만 아직 AR 분야와 스마트 글라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CNBC는 보도했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 연례개발자회의에서 새로운 AR 스마트 글래스를 선보였다.

아래가 당시 구글이 공개한 영상이다. 시연 영상을 보면 이 제품은 외국어를 번역해 자막처럼 보여준다.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면 상대가 말하는 영어가 중국어 혹은 스페인어로 번역된다. 

2022년 5월에는 마이크로LED 스타트업 '랙시엄(Raxium)' 인수를 발표했고, 스마트 글래스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아이리스'도 추진 중이다. 구글이 여전히 스마트 글래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구글의 움직임이 비용 절감책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1월 20일 1만2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구글로서는 사상 최대 정리해고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때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전혀 다른 경제 현실에 직면했다"며 "상품·인력·우선 순위 등을 검토해 감원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구글이 수년째 스마트 글래스 등 컨슈머용 디바이스에 주력해 왔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에 보다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에는 자사의 대화형 AI '바드(Bard)'를 조만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MS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챗GPT와의 본격 경쟁을 예고하는 행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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