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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도에서는 2016년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 도입 이후 QR코드 스캔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전자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인도 정부의 디지털 금융정책이 성공한 배경과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결제용 QR코드는 매장 뿐 아니라 이제 인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령 노점상이나 거리 예술가의 모금함, 심지어 이동하는 차에 접근해 돈을 구걸하는 사람조차 QR코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QR코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은 인도 경제에 혁명을 가져왔다. 사업진출이 비약적으로 쉬워졌고, 인도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졌다.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을 주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에서 열린 2023년 G20 회의에서 세계 각국 재무장관을 향해 "우리의 디지털 결제 생태계는 무료 공공재로 발전해 왔다. 이로 인해 인도의 거버넌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삶의 편리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인도 디지털 인프라의 근간에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12자리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아다르(Aadhaar·전자신분증)'가 존재한다. 2009년에 맘모한 싱 전임 총리가 시작한 아다르는 모디 수상에게 계승되어 프라이버시 우려로 몇 년이나 연기되던 법적 과제를 극복하고 빠르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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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르 시스템은 각 개인의 이름·생년월일·주소 등 정보뿐 아니라 얼굴 사진·지문·홍채 스캔 정보 등 생체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인도 정부는 2018년 4월부터 모든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에 아다르 번호를 등록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실상 의무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2023년 현재 인도 성인의 99%가 생체인증에 기반한 식별번호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13억건 이상의 ID가 발효됐다.

아다르 번호 발급 이후 누구나 쉽게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실시간 결제 시스템인 UPI 보급도 순항하고 있다. 인도결제공사(NPCI)는 2023년 1월 기준 약 80억건, 금액으로 따지면 약 2000억 달러의 거래가 UPI 상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결제 시스템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미 약 3억 명의 개인과 약 5000만의 가맹점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전자결제의 혜택을 실감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액결제를 하는 인도의 일반 시민들이다. 인도에서는 그동안 현금 중심의 경제가 오래 지속됐지만, 모디 총리는 부패와 위조지폐 척결을 내세우며 2016년 갑자기 고액권 폐지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현금 위주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준 한편, 단번에 인도가 캐시리스(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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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도 정부가 ID 번호를 이용해 백신 접종과 경제적 지원 등을 시행하자, 국민들 사이에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 또 결제가 완료되면 음성으로 얼마나 입금됐는지 알려주는 서비스 등도 현금 거래에 익숙한 상인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다만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여전하다. 인도 대법원은 2018년 아다르 사용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모디 총리의 강권적 지배와 ID 데이터베이스 악용에 대한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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