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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제로 칼로리(제로 슈거) 식품에 설탕 대신 사용하는 인공감미료 '에리트리톨(erythrito)'이 혈액 점성을 높여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체에 안전한 첨가제로 알려진 '에리트리톨'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인 당 알코올의 일종이다. 설탕 단맛을 70% 가지고 있지만 칼로리가 없는 당류로 설탕 대체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학술의료센터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의 스탠리 헤이즌 박사 연구팀은 최근 에리트리톨을 비롯한 인공감미료를 섭취하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2배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심혈관 관련 검사를 받는 미국인 1157명의 혈액을 3년간 추적 관찰했다. 혈중 에리트리톨 농도가 높은 환자는 이후 3년간 심혈관 관련 증상 발병 위험 및 증상 발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2배 높아졌으며, 이는 미국과 덴마크 총 약 3000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 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8명의 건강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혈액샘플을 채취해 에리트리톨 섭취가 어떻게 위험을 높이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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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혈중 에리트리톨 농도가 가장 높아지는 것은 실험 참여자가 단 음료를 마신 후로 나타났다. 또 혈중 에리트리톨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3일이나 걸렸다. 특히 혈중 에리트리톨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혈액 점착성 및 혈액 응고에 관한 측정치가 상승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른 동물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에리트리톨은 야채나 과일과 같은 식재료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가공식품의 경우 그 농도가 1000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에리트리톨을 대량 섭취하면 혈액 점성이 증가하고 심혈관 관련 증상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논문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인공감미료 전반, 특히 에리트리톨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조사하는 추가적인 안전성 연구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뇌혈관 장애 위험이 높은 환자에 미치는 영향은 현저하다"고 적혀있다. 

인공감미료의 지나친 섭취는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체중 증가와 당뇨병을 일으키고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인공감미료는 칼로리가 낮아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계속 섭취하면 인체가 더 단맛을 찾게 된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연구팀은 "인공감미료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청량음료로 인공감미료를 섭취하면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의 실험대상자는 이미 많은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로 이 결과가 건강한 집단에도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대상 환자의 4분의 3이 고혈압 혹은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었고, 5분의 1이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에리트리톨을 포함한 인공감미료가 미치는 장기적인 건강 영향에 대해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는 "인공감미료, 가당 음료, 초가공 식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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