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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가스 요금의 대폭 인상 탓에 올겨울 난방비 폭탄을 맞은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약 20% 인상된 전기 요금은 올해 1월부터 추가로 9.5% 올랐다. 전열기구로 난방을 하려 해도 이번엔 전기 요금 폭탄이 걱정이다.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가계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실현 불가능'으로 여겨진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의 국가기관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기업이 나서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저렴하고 안정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 발전이 일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언제쯤이 될까? 

◆ 핵융합 발전이란? 

일반적인 발전 방법으로 주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라는 중대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태양광 등은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아닌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어렵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 같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핵융합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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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연구 자체는 1900년 전반에 시작된 것으로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50년대 핵융합 기반의 수소폭탄이 발명된 이후 연구자들은 핵융합을 보다 잘 제어함으로써 에너지를 구현하는 방법을 추구해 왔다.

기존 원자력발전소는 핵융합이 아닌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 등의 무거운 원자가 보다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 반응을 통해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에 반해 핵융합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의 원자핵을 고온·고압 환경에 노출해 융합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그 안에서 양성자가 헬륨원자 핵으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나온다.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하다고 해서 핵융합 발전을 '인공 태양'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특히 핵융합 발전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에너지 생산량이 훨씬 많다. 이론상 약 1kg의 핵융합 연료가 1만톤의 화석연료와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핵융합은 온실가스 및 방사성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 美에너지부, 레이저 방식 핵융합 성공 

핵융합을 이용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과학계에서 난제로 여겨져 왔다. 핵융합을 위해서는 1억℃ 이상의 고온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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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연구팀이 2022년 12월 국립점화시설에서 진행한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포함된 소형 실린더에 192개 레이저를 이용해 투입한 2.05MJ(메가줄) 에너지를 바탕으로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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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의 상용화에 필수적인 '점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한 이 성과에 대해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는 언제쯤일까? 

이에 대해 영국 핵융합 전문가인 토머스 니콜라스 박사는 미국 과학지 노틸러스(Nautilus)에 "핵융합 점화라는 목표 달성은 기쁜 소식이지만 수많은 한계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며 "사실 점화 목표의 달성도 당초 예정보다 10년이나 늦은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핵융합 발전 시설이 등장하는 시기'와 '핵융합 발전이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로 보급되는 시기'의 간극이 핵융합 보급 관련 화두에서 간과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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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태양 전지판이나 풍력 발전기는 단기간 내에 설치가 가능하지만 그 수명도 짧다. 설비 수명이 짧은 것은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 건설로 이어져 스케일업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즉, 스케일업의 속도는 치환율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와는 반대로 핵융합 발전은 고액의 건조 비용이 필요한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다. 국제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가 대표적 프로젝트다. ITER는 최초 시운전은 2025년, 완전한 D-T 융합은 빨라도 2035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간기업의 도전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채산성을 위해서는 결국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연쇄적 핵융합 반응과 전력 전환 기술 개발 등 세계적 보급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향후 10년 이내에 핵융합 에너지 상업화를 실현한다"는 일부 민간기업의 장밋빛 전망은 투자금 유치 목적의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라스 박사는 구체적으로 최초의 핵융합발전소 등장과 세계 각지에 많은 핵융합발전소가 건설될 때까지의 시간차가 약 50년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본격적인 핵융합 발전의 등장이 2040년~2050년경이라고 가정하면, 핵융합 발전의 세계적 보급은 2100년경이 되는 것이다. 그는 "2100년경이 되면 한 국가 전력의 10%~20%가 핵융합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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