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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록적인 강진에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가 4만6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튀르키예는 20일(현지시간) 피해가 심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수색 활동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지진 피해자 대부분이 노숙에 가까운 열악한 상황 속에서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전염병 발생 등 의료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카흐라만마라슈·하타이 제외 구조 작업 중단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남부에서 6일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과 이후 여진으로 20일(현지시간) 기준 사망이 확인된 것은 튀르키예 4만1020명, 시리아 5814명으로 양국에서 4만6000명을 넘어섰다. 다만 시리아는 정부와 반군 측 사망자 집계가 며칠째 5천814명에서 멈춘 상황이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19일 피해지역 수색 활동이 피해가 특히 컸던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와 하타이 지역을 제외하고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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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0년 넘게 내전이 진행중인 시리아에서는 피해가 컸던 서북부 지역이 독재적인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세력의 영향에 있어 여전히 지원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  대피소서 '감염병 의심 증가'..2차 재난 우려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들도 피난의 장기화로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건강 문제와 전염병 발생 등 2차 재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에는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부상 치료가 많았지만, 텐트 대피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발열·기침 등의 증상 외에 지진 발생 후 샤워를 하지 못하는 등 위생 환경 악화로 피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파렌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이날 하타이주 남부 지역을 방문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이제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과 싸우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튀르키예는 100만 명 이상이 가설 천막 등 열악한 대피 시설에서 추위와 싸우며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약 8500명이 지내고 있는 카흐라만마라슈 대피소에 마련된 진료소에는 연일 약 300명의 환자가 방문하고 있다.  

아이 3명을 데리고 진료소를 찾은 한 어머니는 "대피소 텐트 안이 너무 추워 아이들이 모두 아팠다. 손조차 씻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현지의 한 의사는 "갈아입을 옷이 없어 같은 옷을 매일 입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다. 감염병 의심 사례도 늘고 있어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피소에서는 19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와 쓰레기통 등 주변 소독 작업이 진행되고 드디어 샤워기 설치 작업이 시작됐다. 

◆ 이중으로 고통받는 유족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깊은 슬픔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이중의 고통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남부 하타이 지역 중심 도시 안타키야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메흐메드 애쉬칼(32)은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56세 아버지와 31세 남동생이 며칠 뒤 건물 잔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을 근처 묘지에 묻고 매일같이 남은 가족과 찾아 기도를 올린다.

그가 외국에서 고생해 번 돈으로 지은 집은 폐허로 변했고 지금은 근처 공터에 설치된 텐트에 가족 7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영하 가까이 온도가 떨어져 서로의 온기로 밤을 지새야하고, 화장실은 물론 손을 씻을 장소조차 마땅치 않다.

튀르기예 강진으로 가족을 잃은 메흐메드 파트마(60)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HK 뉴스 화면 캡처 

메흐메드의 어머니 파트마(60)는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 걷지도 못하지만 정신적 돌봄 등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메흐메드는 일가의 생계를 함께 꾸리던 아버지와 남동생 사망으로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불편한 텐트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과 지낸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바램에 텐트에 남기로 결심했다. 

파트마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은 끝나버렸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마치 악몽과 같다"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메흐메드도 "모든 것을 잃었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열심히 외국에서 일해서 지은 집을 잃었다. 이제 눈물도 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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