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광섬유(Optical fiber)는 정보를 유리나 플라스틱 섬유를 통해 광펄스로 전송하는 기술을 말한다. 보통 광섬유라고 하면 '인터넷 통신을 위한 인프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광섬유를 단순한 케이블이 아닌, 광섬유가 전달하는 빛의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화산 활동이나 해저의 지각변동, 심지어 도로 교통량이나 고래 노랫소리 등을 관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진학자이자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교수인 안드레아스 피츠너(Andreas Fichtner) 박사는 광섬유로 자연 현상을 포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DAS: Distributed Acoustic Sensing)을 사용하면 마치 지구의 고동을 느낄 수 있어 다양한 사건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츠너 박사 연구팀은 현재 분화 조짐을 보이는 화산인 아이슬란드 그림스뵈튼을 감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스뵈튼 화산은 아이슬란드 최대 빙하 바트나이외쿠틀에 위치한 해발 1725m의 화산으로, 폭발시 빙하를 녹여 홍수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빙저 화산이다.

DAS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우선 광섬유의 한쪽 끝에 있는 레이저 광원에서 짧은 펄스 형태의 빛을 발사한다. 그러면 빛 대부분은 광섬유 다른 한쪽 끝으로 진행하지만, 일부는 광섬유 내 불순물 등에 닿아 광원으로 되돌아온다. 광섬유가 매립된 지면의 진동 등으로 광섬유가 변형되면 이 반사광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분석하면 지진 등을 검출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marine science(2022) 

연구팀은 "가령 차가 달리거나 지진이 발생하거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광섬유가 흔들린다. 이런 흔들림에 의해 반사광 신호가 변화하기 때문에 케이블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1미터 단위로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고, 이는 10km 광섬유를 1만 개의 센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사한 기술인 지진계는 한 곳의 데이터만 수집하며 설치와 유지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DAS는 원래 석유산업이 유정(油井) 감시나 가스 탐지를 위해 개발한 기술이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 감지뿐만 아니라 도시 지하에 있는 지질 조사에도 사용할 수 있어 대지진 발생 시 어디가 위험한지 파악할 수 있다.

또 도시 지역의 교통량과 공사 소음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노르웨이 근해에서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해 고래 노래의 청취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케이블에서 돌아온 반사광을 분석하는 DAS 특성상, 너무 긴 거리를 이동하면 신호가 약해져100km보다 긴 광섬유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광펄스가 아닌 연속된 레이저광을 사용해 송신한 빛과 돌아온 빛을 비교함으로써 보다 장거리 센싱을 구현하는 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2018)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 주세페 마라( Giuseppe Marra) 박사 연구팀은 2018년 연구에서 레이저를 사용해 기존 DAS의 한계인 약 100km에서 벗어나 최대 535km 떨어진 지역의 지진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변하고 있는 지구 환경의 실태를 규명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피츠너 박사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에 깊은 구멍을 뚫어 광섬유를 지하 1500m까지 내려 암반과 빙상이 마찰해 균열이 생길 때 발생하는 빙진(cryoseism)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확립되면 빙하 위에서는 알 수 없는 빙상의 형성 과정이나 빙하가 바다로 향하는 움직임을 조사할 수 있어 지금까지 규명되지 못했던 메커니즘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